‘베트남 추신수’ 응옌 쿠억 응옌 [파이브앤식스 제공]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다음으로 3쿠션 당구가 활성화 된 곳은 어디일까. 80년대 같으면 단연 일본이고, 지금은 베트남이다. 최근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베트남내 3쿠션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더욱 뜨겁다.

어느덧 기술력과 배짱을 겸비한 베트남 강자들은 세계에서도 인정해 줄 만큼 그 수준이 높다. 베트남 내 최강자는 탑랭커인 UMB(세계캐롬연맹) 세계 7위 트란 쿠엣 치엔으로 평가되지만, 팬들 사이에서 ‘베트남 추신수’로 불리는 응옌 쿠억 응옌(21위·40)도 지명도 면에선 못지 않다.

세계 무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해 온 데다, 메이저리거 출신 한국 야구 선수 추신수를 닮은 얼굴 때문에 오래된 지인인 것 같은 친근감마저 풍긴다. 응옌 쿠억 응옌은 오는 7월 1일부터 18일까지 원주 인터불고호텔원주에서 총 상금 4억원을 걸고 열리는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에 세계 랭커 자격으로 출전한다. 대회를 한달 여 앞두고 서면으로 일부 출전선수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순서는 응옌 쿠억 응옌이다.

“나는 베트남 제2의 수도 호치민에 산다. 3쿠션 팬들 사이에서는 교수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고 그는 먼저 자기 소개를 했다. 본인이 ‘추신수’로도 불리는지는 모르는 듯 하다. 이를 확인해 보진 못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코로나19로 인해 그가 살고 있는 곳도 스포츠 경기는 물론 비즈니스가 상당부분 봉쇄됐다. 이 때문에 일거리도 없고, 대회도 없었고 오직 자신이 운영하는 당구 클럽에서 훈련만 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가족도 같이?

▶호치민에서 여자친구와 같이 산다. 고향에는 부모님과 누나, 남동생이 함께 살고. 여가 시간에는 가족들과 영화도 보러가고 여행도 가고….

-드디어 대회가 다음달인 7월이다.

▶나는 이 토너먼트에 흥미가 있다. 알다시피 긴 시간 동안 국제대회가 없었기 때문이지. 나는 해외의 내 친구들과 경기의 압박감, 경기장의 풍경이 그립다. 현재 매일 내 클럽에서 훈련하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 3쿠션 그라프리에 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코로나로 인한 14일 격리 기간이 있어 (경기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후에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른다.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하길 바라고 있다.

-어떤 배치에 특히 자신 있다든지 그런 건?

▶세계 대다수 선수들이 다 쉬운 포지션을 자신있어 하고 원하지. 나도 그렇고. 실제 경기에서 어려운 배치를 만났을 때 득점할 수 있고 이것이 다득점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건 정말 멋진 것이다.

“맞으라고!”. 경기중 샷을 한 뒤 득점을 바라는 몸 동작, 속칭 ‘몸시네루’를 쓰고 있는 응옌 쿠억 응옌. 세계랭커 중에선 드물게 이런 몸짓을 자주 취해 웃음을 유발한다. [파이브앤식스 제공]

-응옌 쿠억 응옌의 고유 경기 스타일이 있는가.

▶난 늘 웃으면서 경기하고, 물론 내 경기 스타일은 재미있다. 행운의 득점 뒤엔 웃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이번 대회 토너먼트 전에 슛아웃 복식 룰 경기도 열린다. 공격 제한시간이 15초에 불과한데 대비는.

▶15초는 공격하기 너무 짧은 시간이다. 선수에게 가혹한 룰이긴 하다. 아마 선수들이 매 차례 완벽한 샷과 100%의 능력발휘는 못 할 거야. 그런 룰에 대비한 연습을 해본 적이 없고 꽤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당구는 다양한 기록이 존재하는 기록의 스포츠다. 중점을 두는 것이 있다면.

▶다들 그렇지만 경기중 연속득점이랑 에버리지를 높이는 것이지.

-그럼 현재까지 기록은?

▶공식 경기중 20연속득점, 그리고 에버리지 7.5를 기록했다. 연습경기에선 잘 기억 안나지만 이것보다 더 잘 쳤지. 〈편집자주: 그랜드 에버리지 1에 도달하기만 해도 선수급이다. 7.5는 실제 경기에서 나온다면 볼링 퍼펙트게임보다 훨씬 어렵다〉

-경기가 잘 안풀릴 때 극복하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면.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게임중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중요하다. 나는 종종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방법을 시도한다.

-이번 대회에서 쓰는 큐와 팁은 무엇인지.

▶프레대터 P3 큐랑 레보 S 상대(shaft), 그리고 아우라 팁 조합이다. 내가 쓰는 아우라 팁은 약간 부드러운데 그게 베트남 선수들의 스타일에 맞고 질도 매우 훌륭하다. 레보 상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야.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이 상대는 내가 다른 상대를 사용할 때보다 어려운 샷이나 힘을 쓰는 샷을 더 쉽게 구사하게 해준다.

-선수중에서 최고는 과연 누굴까.

▶딕 야스퍼스가 세계 1위니까. 그의 기술은 훌륭해. 스트로크가 뛰어나고 전략적이야. 뛰어난 정신력도 갖춘 선수다.

-한국의 3쿠션 인기는 세계 최고다. 베트남은 어떤가.

▶한국에 3만 곳 이상의 클럽이 있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베트남도 당구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 클럽 수와 선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나와 트란 쿠엣 치엔, 응오 딘나이 같은 기성 선수들을 꺾는 젊은 선수도 나오고 있다. 우리 베트남은 한국의 당구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도 머지 않아 한국처럼 더 뛰어난 선수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한마디?

▶“An nyong ha se yo(안뇽하세요)!” 곧 한국에서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yjc@heraldcorp.com

플루크로 득점한 뒤 미안하다며 손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는 응옌 쿠억 응옌. 유럽과 아시아 팀의 대항전이어서 같은 팀인 한국 선수들은 흐뭇하게 같이 따라웃고 있다. [파이브앤식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