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나경원, 이준석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오른소리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의 8일 토론회는 '바람'을 등에 업은 이준석 후보와 이를 억누르려는 나경원 후보 사이 견제구로 뜨겁게 달궈졌다.

나 후보는 여권의 집중 공세를 받았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시절을 상기하며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렸다. 당권주자들의 네 번째 격돌이다.

나경원·이준석 후보는 이날도 서로에게 불을 뿜었다.

나 후보는 이 후보의 문제점으로 거듭 '막말'을 거론했다. 그는 "합리적 의심을 무조건 네거티브, 프레임이라고 한다"며 "이런 태도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이준석 리스크'는 머릿속에만 존재한다"며 "(원내대표 시절)달창이라고 한 분이 망상을 막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몰아쳤다.

이 후보는 나 후보에게 "저는 라디오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고, 윤 전 총장이 가장 껄끄러울 수 있는 대구·경북(TK) 당원과의 결합을 생각해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 발언을 했다"며 "저는 통합에 기여했다고 본다. 나 후보는 (야권 통합을 위해)어떤 기여를 했느냐"고 역공했다. 나 후보는 "이 후보가 한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이)형사적으로 문제가 되면 덮을 수 없다.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는데, 이게 적극적인 방어인가"라며 "울산시장 선거를 못 봤느냐. 더불어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호응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응수했다. 이 후보는 이에 "(나 후보가)귀를 의심했다는데, 다 들어는 봤느냐. 곡해하고 있다"고 받아쳤고, 나 후보는 "스크립트를 봤다. 이런 방법으로 국민에게 윤 전 총장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나 후보에게 "나 후보가 민주당과 대선을 치르면서 이런 식으로 곡해를 하면 그간 그랬던 것처럼 프레임 전쟁에서 백전백패"라며 "당내 선거에서 발언 하나하나를 공격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유튜버들이 하는 것으로 당 대표 후보가 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주호영 후보도 나 후보에 가세해 "이 후보가 윤 전 총장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뒤로 빼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주저한다는 보도가 나온다"고 하자 이 후보는 "근거 없는 기우"라고 했다. 홍문표 후보는 논쟁이 가열되자 "토론을 보며 씁쓸하다"며 "우리끼리 티격태격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나 후보는 주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 여당에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내준 점을 비판하던 중 자신의 20대 국회 시절을 떠올리며 감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 후보는 "(원내대표)자리에 있을 때 책임을 다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으로부터 무한한 핍박을 받았다"며 "그렇게 프레임이 씌워지고 욕설을 당할 때 같이 보호해주셨나"라고 따졌다. 나 후보는 순간 울컥했다.

나 후보는 "이제 대선은 전쟁으로,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워야하는데 내 몸에 티끌이 묻을까봐 뒤로 숨고서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다시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주 후보가 나 후보의 원내대표 시절 성과에 대해 "내놓을 만한 게 없다"고 한 데 대해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손혜원 전 의원 실형 선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을 위해 많은 특위를 열고 할 일을 했다"며 "목소리만 컸다는 데 동의를 못하겠다"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홍문표(왼쪽부터), 주호영, 나경원, 조경태, 이준석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오른소리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이준석(오른쪽부터), 조경태, 나경원, 주호영, 홍문표 후보가 8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유튜브 공식채널 오른소리 합동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후보 5명은 각자의 대선 승리 전략을 '5인5색'으로 피력했다.

나 후보는 '범야권 대통합 위원회' 구성을 제시했다. 나 후보는 "우리 후보들만 데리고 (대선 경선 열차를)출발시키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둬야 한다"며 "경륜 있는 분이 일을 맡아 추진하겠다. 또, 우리 (대선 주자들이)의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계파 싸움이 있으면 안 될 것"이라며 "당 밖에 있는 분들을 데리고 오는 통합을 이뤄야 한다. 뺄셈·분열 정치가 아니라 덧셈·통합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당이)스스로 매력을 키우고 관계 속에서 (당 밖 인사들과)같이 성장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 밖 주자들도 구미가 당기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할 것"이라고 했다. 홍 후보는 "운동장은 부실한데 선수만 기다리는 우리 당의 모습이 안타깝다"며 "자강해야 한다. 저명인사, 사회단체들이 투명한 룰을 만들어 (대선 정국을)관리하겠다"고 했다. 주 후보는 "약자, 호남, 청년 등과 동행하면서 국민의힘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후보 5명은 당 대표가 되면 먼저 추진할 정책과 행보도 밝혔다.

주 후보는 "대선 승리를 위해선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급선무"라고 했다. 이어 "'떴다방'식 정치를 하지 말고 당원의 권리를 지켜 당원 중심의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대선 정책 공약 준비단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시급한 현안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동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는 "중소기업들이 매우 힘든 데 따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고치겠다"며 "경기도 시화 공단을 찾아 국민 마음을 어루만지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민주당의 한 인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해 상처를 받은 최원일 함장과 천안함 생존자들을 생각하며 대전 현충원을 찾겠다"며 "아울러 '공직 후보자 적성평가'를 꼭 실현하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청년청을 신설해 우리 당을 '꼰대정당'에서 '청년당'으로 만들겠다"며 "정책 있는 정당을 꾸려 정권 창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모두발언에선 각자의 강점을 내걸었다.

홍 후보는 "저는 5번의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다"며 "당을 알고, 정책을 알고, 선거를 아는 당 대표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주 후보는 "벌써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며 "누구나 대통합·대혁신을 말하지만, 이를 이뤄낼 수 있는 검증된 후보는 저 뿐"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에 앞서)충분히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며 "그동안의 지혜와 경험, 결단력으로 (승리를)해내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저를 보고 '빛경태'라고 한다"며 "제가 역동적이고,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토론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장유유서 문화가 있는 대한민국이 그간 민주주의를 이끈 것처럼 젊은 정치를 이끌 수 있을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저는 네거티브 없이 당 개혁·쇄신안을 말했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경청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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