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췌장암 투병 중 50세의 나이로 하늘로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곁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영웅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7일 오후 유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밤늦은 시간에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려는 축구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황선홍 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이천수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현영민 해설위원 등도 있었다.
모두 유 전 감독과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함께 썼던 멤버들이다.
최용수 전 감독과 함께 1시간여 빈소에 머문 황선홍 전 감독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황 전 감독은 유 전 감독과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와 경기에서 각각 선제골, 쐐기 골을 터트려 한국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승리를 일군 주역이다.
고인의 건국대 선배이자 대표팀 선배이기도 했던 황 전 감독은 "많이 믿고 따르고 그랬는데 미안하다. 잘 챙겨주지도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고는 "젊은 나이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좋은 데 가서 편안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황 전 감독은 또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인간으로서 유상철은 최고 아니었나"라면서 "정말 좋은 후배, 좋은 사람을 잃었다.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뿐이다"라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최용수 전 감독도 "어렸을 때부터 서로 경쟁도 하면서 축구를 통해 국가대표까지 뽑히고 많은 우정을 나눴다. 추억도 많았다"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고는 "설마, 설마 했는데 이런 현실과 마주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 전 감독 역시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해줘야 할 몫이 많은 친구인데…"라며 고인과 이른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친구로서 더 잘해줬으면 하는 후회가 많이 든다"면서 "너무 하고 싶은데 못해 본 게 많을 거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가서 원 없이, 맘 편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명복을 빌었다.
빈소를 찾은 고인의 대표팀 및 대학 후배이기도 한 현영민 해설위원은 "언제나 다정다감하고 후배들 잘 챙기는 선배였다"면서 "작년에 뵀을 때 건강하셔서 희망적이었는데 너무 갑작스럽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신데…"라며 애도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축구인들은 월드컵 4강 동료들 뿐만이 아니었다.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싱가포르) 지휘봉을 잡은 김도훈 전 울산 현대 감독, 이임생 전 수원 삼성 감독 등 현역 시절을 함께한 것은 물론 지도자로서 지략대결을 벌이기도 했던 이들과 성남FC 골키퍼 김영광 등 후배들도 직접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8일 중 조문할 예정인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최근에 (입원 치료 중이던) 병원 관계자로부터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며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황망해했다.
홍 감독은 “(유상철의 헤딩골은) 한국 축구의 투혼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면서 “존재 자체만으로 든든한 후배였다. 지도자로 거듭난 이후에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책임감이 대단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어 “축구인 유상철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화려하게 일어섰던 불사조 같은 존재였다. 이제 하늘에서 마음껏 축구하면서 한국 축구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