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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의 아류? 화웨이도 뛰어넘은 ‘진격의 샤오미’
애플, 삼성 이어 출하량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에 우뚝
서유럽 등 고급 스마트폰 시장 공략·현지화 전략 바탕으로 인도發 불매운동 영향도 피해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제품군 확장…기술 기업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발돋움
3월 말 전기차 진출 선언…고급 디스플레이·SNS에도 눈독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샤오미 매장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샤오미는 중국의 새로운 스마트폰 왕이다.”(월스트리트저널)

중국 스마트폰·전자제품 기업인 샤오미(小米)의 부상이 심상치 않다. 중국 전자제품 시장의 전통 강자인 화웨이가 미국발(發) 제재에 손발이 묶인 사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샤오미가 꿰차며 스마트폰 시장의 새 강자로 부상하면서다. 미국의 블랙리스트 목록에서 제외되며 악재에서 벗어난데다, 유럽과 인도 등 전세계 시장을 공략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공급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오늘날 시장은 품질 대비 낮은 가격, 그리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앞세워 ‘중국판 애플’이라 불러왔던 샤오미의 성장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화웨이의 공백을 이용하거나, 애플을 모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인터넷 서비스(IoT)를 기반으로 무한히 확장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 전자제품에서부터 우산이나 캐리어 등 비(非) 전자제품까지 아우르는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일상을 아우르는 샤오미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금까지 샤오미는 90여개국에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제외하고 2억1000만개의 IoT 기기를 팔았다.

최근 샤오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IoT를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확장의 일환이자, 샤오미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상에 오른 샤오미가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또다른 야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서 “여전히 샤오미는 새로운 분야로 제품을 다변화하고 시장 공략을 이어나가는 데 여념이 없다”고 평가했다.

▶화웨이 없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왕 노릇’= 최근 샤오미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타격을 받자 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샤오미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4300만대로 애플과 삼성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화웨이의 출하량은 전년대비 41% 급감한 3300만대로, 시장 점유율도 전년 14%에서 8%로 떨어졌다.

샤오미는 올해도 이 기세를 이어갔다. 샤오미는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54.7% 증가한 769억위안(13조4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이다. 순이익 역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3% 늘어난 61억위안(1조700억원)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사업에서의 호실적이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시장 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이 기간 샤오미는 494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 세계 3위의 자리를 유지했다.

샤오미는 한 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강자’의 지위를 누렸던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부품 수급 등에 어려움을 겪자, 그 빈틈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는 중국의 또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Oppo)와 비보(Vivo)도 마찬가지였다. 오포와 비보가 동남아와 인도를 중심으로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했다면, 샤오미는 자국과 서유럽의 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정면 겨냥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화웨이가 올해 자국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그간 지켜왔던 1위의 자리를 샤오미에게 빼앗길 것이라고 관측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소속 닐 모스턴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중국 내 판매에서도 빠르게 밀리고 있다”면서 “샤오미가 화웨이가 밀려는 곳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美 블랙리스트, 印 불매운동…악재도 ‘기회’로= 샤오미라고 마냥 악재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샤오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임기 막바지인 지난 1월 중순, 미국인 혹은 미국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샤오미가 중국군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제재 이유였다.

이에 같은달 샤오미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3월 미 연방법원은 샤오미에 대한 블랙리스트 시행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12일 미 국방부는 샤오미를 블랙리스트에서 삭제키로 결정했고, 샤오미는 초대형 악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샤오미는 중국과 국경 충돌 후 인도에서 일었던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도 순조롭게 넘겼다. 일찍이 인도를 주요 시장으로 낙점하고 적극적인 현지화 마케팅을 전개한 덕분이다. 여기에는 거대 시장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본 휴고 바라 샤오미 글로벌사업부 부사장의 안목이 한 몫을 했다. 덕분에 지난 1분기 샤오미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년 대비 출하량을 4% 늘리면서 점유율 26%로 1위를 유지했다.

SCMP는 “샤오미가 인도발 불매 운동을 잘 견뎌낸 것은 영리한 마케팅 덕분”이라면서 “샤오미는 현지에서 판매되는 기기 중 상당수를 현지에서 조립하고 있고, 홍보도 ‘메이드 인 인디아’로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의 꿈은 무인양품이 되는 것이다”= 최근 전문가들은 샤오미라는 기업이 가진 고유의 경쟁력에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IoT를 중심으로 구축해 온 이른바 ‘샤오미 생태계’와 이를 통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확장성이 업계가 주목하는 경쟁력의 핵심이다.

오늘날 샤오미의 정체성은 스마트폰 제조기업에 있지 않다. 오히려 샤오미의 모델은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무인양품이다. 스마트폰 기기를 비롯해 일상에서 필요한 각종 전자제품, 그리고 ‘스마트하지 않는’ 일상용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가성비 제품을 취급하는 소위 ‘만물상’이 되는 것이 샤오미의 지향점이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샤오미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파는 기업이 아니다”고 강조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우리의 꿈은 바로 인터넷 개념을 가진 무인양품 같은 기업이 되는 것, IT 업계의 무인양품이 되는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샤오미의 제품 라인업 이미지 [샤오미 트위터 갈무리]

샤오미를 ‘제2의 무인양품’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은 샤오미의 IoT 기술이다. 샤오미가 출시하는 태블릿PC와 스마트 밴드, 그리고 선풍기와 체중계, 밥솥 등 각종 기기들은 샤오미의 자체 운영 시스템인 ‘미유아이(MIUI)’로 모두 통제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샤오미가 다제품 전략을 고수하는 것과 관련, 이 IoT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를 샤오미 브랜드 내에 ‘가두기 위한(Lock-in)’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초 영국 IT 전문 와이어드는 “샤오미는 저가의 완벽하지 않은 제품까지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샤오미의 속내는 자사 브랜드 제품으로 구성된 생태계 속에 사용자들을 묶어놓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인 듯, 애플 아닌, 애플과는 분명 다른= 샤오미에게는 늘 ‘애플의 아류’라는 수식이 따라다닌다. 이는 샤오미가 초창기 애플의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자초한 부분이 크다. 심지어 레이쥔 CEO는 제품 발표회에 검은 상의와 청바지를 입고 나와 애플이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노골적으로 따라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샤오미의 DNA에 ‘애플’이란 회사가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샤오미가 단순히 애플을 모방하는 기술기업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로 기울어진다.

샤오미는 제품 개발 측면에서 분명 애플과 다른 노선을 걸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제품군을 강화하는 방식이 그 것이다.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을 제외한 샤오미 제품 대부분은 백여개가 넘는 유니콘 협력사로부터 나온다.

스타트업들은 샤오미에 제품을 납품하는 대신 자금, 공급망 등의 지원을 받는다. 미밴드를 만든 웨어러블 기기 회사인 화미테크, 그리고 전동킥보드를 납품하는 나인봇 등이 주요 협력사다. 샤오미가 수천 개의 제품 라인업을 보유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여기에 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레이쥔 CEO는 지난 3월 말 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로이터]

샤오미가 애플의 아류란 고정관념에 갇혀있지 않다는 증거는 또 있다. 바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다. 샤오미는 지난해 샤오미 첫 OLED TV인 ‘Mi 마스터 에디션’을 출시하며 고급 디즈플레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올해 지난 3월에는 음성 채팅 서비스인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메시지 앱을 출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같은 달 샤오미는 향후 10년간 100억달러(11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레이쥔 CEO는 “전기차가 자신의 마지막 기업가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면서 “전기차 사업부를 직접 이끌 생각”이라고 밝혔다.

SCMP는 “샤오미는 전기차의 본질을 ‘거대한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다. 이미 샤오미는 스마트카에 들어가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고, 배터리 공급업체와도 협력하고 있다”면서 향후 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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