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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수술실 CCTV의무화, 신뢰받는 의료계 첫발되길

최근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허리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대리 수술 논란은 사실 우리 의료계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고질적 적폐’ 중 하나다. 2019년에도 서울 청담동의 유명 척추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대신 수술을 마무리한 사실이 드러났고, 2018년 경기도 파주 정형외과에서는 대리 수술로 환자 2명이 숨진 사건도 있었다. 정형외과뿐 아니라 성형외과 등에서의 대리 수술, 의사 바꿔치기인 ‘유령 수술’ 논란은 해외에서 한국 의료 현실을 비꼬는 단골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수술실 안에서 환자를 성추행하거나 생일파티를 하는 사진을 SNS에 올려 국민의 분노를 산 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 의무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여러 이유를 들어 줄기차게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대한의사협회의 주된 반대논리는 영상 유출 등으로 인권을 지키려다가 되레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CCTV 설치 논란이 의료진의 환자의 인권침해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압도적인 ‘찬성’을 보인다.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촉구’청원은 단숨에 정부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찬반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0.1%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매번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 국회 통과를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국회는 누구를 대변하는 집단인지 국민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CCTV 설치 의무화 이슈는 지난달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보건의료노조가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증언하면서 더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대형 병원일수록 수술실 내 불법 의료행위가 만연하다고 폭로했다. 법적으로만 없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사 역할을 하는 전문간호사라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가 수술실에서 의사가 해야 할 복강 내 배액관 삽입, 담낭·위장 절제 등 고난도 의료행위를 한다는 증언이었다. 이들은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의사 아이디(ID)로 처방 내는 방법부터 가르친다”는 등의 의료계에 만연한 수술실 실태를 폭로했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자동 폐기된 단골메뉴다. 의협은 “인권침해 우려, 의사들의 소극적 방어적 진료, 의료계의 자정노력 우선”을 주장한다. 병원협회 측은 “선진국에서도 의무화 무사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CCTV 설치 의무화는 의사들을 못 믿고 불신하는 의료사고 입증이 주목적이 아니라 무자격 대리 수술이나 유령 수술, 성범죄 등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은 생명을 살리는 의사들을 존경한다. 의사들을 감시하자는 게 아니다. 법안 통과가 불필요한 의료분쟁도 줄이고 대다수의 존경받는 의료인의 신롸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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