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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20만명 사망한 전장서 매립재 채취 논란 "유골 훼손 안돼"
해당 전투에 동원된 조선인 3000명 넘어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공사에서 유해 훼손 논란이 제기되자 "개발 전 육안으로 사전 조사를 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일본 자위대 행사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기시 노부오 방위상.[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일제 강점기 희생된 조선인 유골이 섞인 토사가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미군기지 공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해 수습 운동을 벌여 온 일본 시민단체는 한국·미국 유족과 힘을 모아 공사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본섬 남부에 있는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대체용으로 같은 섬 중부 헤노코(邊野古) 연안 미 해병대 기지 '캠프 슈와브' 앞바다를 매립해 비행장을 만드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 중 일본 정부가 공사 계획 일부를 변경해 전쟁 희생자 유해가 다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토사를 채취, 매립재로 사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 방위성은 이 지역의 연약한 지반 강화를 위해 매립재 종류를 바꾸겠다며 지난해 4월 21일 오키나와현에 공사계획 변경승인을 신청했다.

변경된 계획에는 2차 대전 말기 오키나와 전투 현장인 오키나와 본섬 남부 이토만(絲滿)시와 야에세초(八重瀨町)가 매립용 토사 등 채취장소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키나와현 집계에 따르면, 1945년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격렬한 지상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주민, 일본군, 미군 등 약 20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희생자 중에는 한반도에서 동원된 조선인도 포함된다.

희생자 유해 수습이 미흡해 이토만을 비롯한 격전지에서 발굴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다. 변경된 공사 계획이 승인되면 유골이 섞인 토사가 매립용으로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유해를 수습해 유족에게 돌려주는 운동을 하는 현지 시민단체 '가마후야'(ガマフヤ-) 등은 일본 정부의 공사계획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토사 등을 어디서 조달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획서가 "적정한 조사를 거쳐 채취 장소 등을 결정한다"며 여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계획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이토만과 야에세가 변경된 계획서에 파쇄된 암석을 채취할 후보지로 명시된 것을 보면 결국 이 지역에서 채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67) 가마후야 대표가 올해 3월 단식 투쟁을 벌이며 반대에 나서자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개발 전에 유골이 없는지 육안으로 사전 조사를 하고 유골이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호(壕·구덩이)가 있는 장소는 개발하지 않는 등 유골을 배려하며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맨눈으로 유골 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키모토 후키코(沖本富貴子) 오키나와대 지역연구소 특별연구원이 현대사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竹內康人)가 발간한 명부 자료와 자체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오키나와 전투에 조선인 3461명이 군인이나 군속(군무원에 해당)으로 동원됐고 이 가운데 70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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