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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근이 없다”...공사현장이 멈췄다
건설현장 덮친 원자재 파동
값 뛰고 사재기...물량 부족
시멘트·목재가격도 급등세
두달간 자재부족 43곳 중단

철근이 없어 공사를 멈췄다. 시멘트와 목재 가격도 크게 올랐다. 연초부터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에 공사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자동차 회사는 4년 만에 강판 가격을 올리는 데 합의해야 했고, 조선사들은 수주가 늘어도 적자가 커지는 모순에 빠졌다. 가전 회사들은 제품 가격을 슬그머니 올렸다.

3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두달 동안에만 철근이 없어 멈춰선 건설현장이 43곳에 달했다. 또 시멘트가 주 원료인 레미콘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도 7곳, 시멘트로 만든 PHC파일(콘크리트파일)이 없어 일손을 놓은 곳도 9곳으로 조사됐다. ▶관련기사 3면

주택 건설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10㎜두께 보통철근(D10㎜) 가격은 지난달 톤당 110만원을 기록했다. 4대강 사업에 전국적으로 철근 대란이 발생했던 2008년보다도 비싸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장기 공급 계약을 맺지 못했던 일부 중소 건설사의 현장 구매가 늘어나고, 철근 유통 업체들까지 사재기에 나섰다. 중국산 저가 공세로 가동을 중단했던 국내 철강 회사들이 부랴부랴 공장을 다시 돌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톤(t)당 가격은 지난 1일 208.67달러로 최근 3거래일 동안 10% 올랐다. 중국이 투기와 사재기를 강력 단속하겠다며 수요 억제책을 발표해 한때 톤(t)당 237.57달러까지 올라갔던 가격은 지난달 말 189달러 수준까지 진정되기도 했지만, 세계적인 물량 부족 현상에 다시 상승 반전한 것이다.

국내 고철 가격도 마찬가지다. 서울 도매가 기준 지난해 5월 톤(t)당 26만원이던 고철 가격은 지난달 47만원까지 81%나 폭등했다. 중국 업체들이 국내 고철을 싹쓸이해간 결과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으로 수출된 고철은 올해만 4월까지 4만7247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8%가 늘었다.

건설 현장의 자재난은 철근을 넘어, 시멘트와 목재로까지 번지고 있다. 3, 4월 두달 동안 9곳의 공사현장을 멈춰 세웠던 PHC파일 생산자물가지수는 최근 1년 동안 27.6% 올랐다. 원목 가격도 올해 들어서만 60%가량 가격이 뛰었다.

이런 건설 자재난은 건설비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1.8이던 지수는 지난 3월 125.93까지 상승했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비와, 인건비 등 직접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철강 및 자재 수급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업체의 피해는 물론 아파트 입주지연 및 시설물의 품질저하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 뿐 아니다. 산업 현장 전체가 비상이다. 완제품의 절반이 철인 자동차 회사도 원가 압박이 큰 모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는 최근 5차례 출고가를 올린 전기차 모델Y에서 목 지지대가 빠졌다고 지적한 한 소비자의 글에 “원자재 가격 압박이 심하다”며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음을 밝혔다.

국내 자동차 생산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최근 포스코, 현대제철과 강판 공급가를 톤당 5만원 올리는데 합의했다. 2017년 이후 4년만에 납품가격을 올린 것이다.

일부 조선사들은 1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수주와 건조 건수가 늘어났지만, 배 가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 상승에 ‘믿지고 파는’ 신세가 된 것이다. 조선 업계에 따르면 국내 후판 가격은 최근 1년동안 2배가 올랐다.

최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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