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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처럼 이미 일상...‘하이퍼스케일 AI’ 시대도 성큼
노인돌봄·응급환자 분석 등에 활용 증가
AI, 이젠 ‘생활 밀착형’ 기술로 급속 진화
IT기업 ‘인간형 차세대 AI’ 개발 경쟁 가속
이통3사·카카오 이어 LG도 1200억 투자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한 비대면 돌봄서비스 [연합]
AI로봇 우편배송 서비스 [KT 제공]

#1 시험 직전 공부할 내용을 빠르게 요약해준다. 과거에는 막연하게 ‘벼락치기’만 했지만 덕분에 핵심만 짚어서 공부할 수 있어 시험에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됐다.

#2 병원에 응급환자가 실려 왔다. 뇌출혈의 의심돼 뇌 CT 영상을 분석하니 단 수 초 안에 총 7단계 중 3단계라는 진단이 나왔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신속한 진단이 가능해 환자 치료를 더욱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3 한 독거노인이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다리와 허리를 크게 다쳤다.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이 노인은 거실에 설치된 스피커에 대고 “살려줘, 도와줘!”라고 외쳤다. 그러자 음성 명령이 소방서로 전달돼 10분 안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이 모두 AI(인공지능)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AI가 우리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오며 ‘생활 밀착형’ 기술로 스며들고 있다. 산업 현장 등 특정 분야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전기, 인터넷처럼 AI가 ‘범용 기술(GPT;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에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도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이 가능한 차세대 AI인 ‘초대규모(하이퍼스케일) AI’에 개발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카카오,SK텔레콤,KT 등과 함께 LG전자까지 도전장을 던졌다.

▶사투리까지 척척...노인 돌봄·응급환자 분석에 배달까지=최근 네이버는 국내 기업 최초로 초대규모 AI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초대규모 AI는 확장된 파라미터(매개변수)로 다른 AI 모델 개발의 기본이 되는 AI로 인간처럼 고차원적 대화도 가능하다.

AI는 모델의 크기를 나타내는 파라미터 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이퍼클로바는 2040억개 파라미터를 갖췄다. 이는 미국 연구소 OpenAI가 작년 공개한 초대규모 AI 언어모델인 GPT-3(1750억개)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특히 GPT-3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학습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한국어 초거대 언어모델이다. 영어가 학습 데이터 대부분을 차지하는 GPT-3와 달리 하이퍼클로바 학습 데이터는 한국어 비중이 97%에 달한다.

활용 범위도 광범위하다.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한 AI는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인간처럼 작문할 수 있다. 한국어 번역 정확도도 한층 높아지고, 글 스타일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가령 전라도 사투리로 쓴 글을 경상도 사투리 버전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나아가 누구나 손쉽게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돼 상품 판매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마케팅 문구를 AI가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일, 공부해야 할 내용을 AI가 빠르게 요약하는 일 등이 가능해진다.

(좌) 뇌출혈이 의심되는 환자의 뇌 CT 영상 (우) 뇌출혈 영상 판독 AI모델이 출혈 병변(화살표) 존재와 위치를 식별한 영상 [SK㈜ C&C 제공]

노인돌봄부터 뇌출혈 등 응급환자 대응에도 AI가 활용된다. 최근 SK㈜ C&C는 ‘AI 기반 뇌출혈 영상판독 솔루션’을 임상완료하고 국내 최대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에 적용했다. 영상판독 솔루션은 환자의 뇌 CT 영상을 수 초 내로 분석해 뇌출혈 심각도에 따라 7단계 레벨로 나눠 분석 결과를 표출한다.

최고 단계인 1단계, ‘레드 레벨’이 나오면, 의료진이 해당 환자의 영상을 신속하게 판독해 최우선 치료에 들어간다. 환자 영상 내에 이상 부위를 표시하고 질환 가능성 수치를 제시한다. 영상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기 어려운 응급 환경에서 심각도가 높은 환자를 빠르게 판별하고 정확하게 진단해 병증 위험도를 낮춰준다.

평소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다 위기상황 시 신고접수도 해준다. SK텔레콤 AI 스피커 서비스 ‘누구’는 위급상황 시 “살려줘” “도와줘” “구해줘” 등의 음성명령으로 긴급 SOS를 호출할 수 있다. 긴급 SOS가 호출되면 ADT캡스 관제센터로 24시간 신고 접수되며, ADT캡스 관제센터에서 신고자에 전화 연결을 시도해 119 안전신고센터나 경찰서 등 기관에 구조요청을 진행하게 된다.

AI로봇을 활용한 각종 배달 범위도 늘어나고 있다. KT는 최근 사내 임직원 대상으로 ‘AI로봇 우편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지난해 500억원을 투자한 현대로보틱스와 2년째 로봇 공동 개발을 진행하며 활용 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IT기업 초대규모 AI 경쟁...앞다퉈 투자=네이버뿐만 아니라 이통3사, 카카오, LG도 초대규모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도 GPT-3와 유사한 수준의 초대규모 AI를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이 개발하는 한국어 범용언어모델(GLM)은 15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거대 언어 모델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와 AI 동맹을 맺고 인프라·데이터·언어모델 등 전방위로 협력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AI 컴퍼니로의 혁신’을 천명하며 전사 차원의 AI 원칙 정립을 추진해왔다. 올해 말까지 GLM을 개발해 내부 서비스를 통해 모델 성능을 검증한 후 상용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한국어 언어모델 성능 평가 방법 개발 및 한국어 데이터 품질 평가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KT는 2017년 출시했던 음성인식 AI ‘기가지니’를 GPT-3를 능가하는 AI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KT는 2019년 ‘AI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로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하고 AI 전문인력 1000명을 육성하기로 하는 등 차세대 AI 분야에 투자를 시작했다. 최근 초대규모 AI 개발을 목표로 삼고 카이스트와 공동 AI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다.

KT는 연내 카이스트와 ‘AI·SW 기술 연구소’를 설립해 초대규모 AI를 공동 개발한다. 대전 KT대덕2연구센터에 최첨단 인프라와 전문 연구인력, 양 기관의 데이터를 모아 초거대 AI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LG도 3년간 1억달러(약1127억원)을 투자해 GPT-3를 능가하는 초대규모 AI를 목표로 한다. 제조업 중 초대규모 올 하반기 GPT-3의 3.4배 수준인 6000억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선보일 계획이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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