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수많은 사람 온라인상 성착취물 즐겨…충격적”
“제2·제3의 박사방 만들어질 우려 있어 엄벌 필요”
1심 이어 2심도 범죄단체 인정
2020년 3월까지 범죄집단 존속·유지돼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미성년자 성착취물 등을 제작하고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시킨 혐의로 1심에서 총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은 조주빈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문광섭)는 1일 범죄단체조직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에 대해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30년간 전자발찌 착용과 신상정보 공개 고지 및 아동·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 제한 10년도 함께 명령했다.
조주빈과 함께 기소된 공범 천모 씨에게는 징역 13년, 강모 씨에게는 징역 13년, 임모 씨에게는 징역 8년, 장모 씨는 징역 7년, 미성년자인 이모 군에게는 장기 10년에 단기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사방’을 신종 디지털 성범죄로 규정하며, 빠른 속도로 피해자들을 낳고 피해 정도 역시 순식간에 회복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는 만큼 범죄 수법과 결과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사방은 수많은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성착취물을 제공·배포하고 심지어 즐기고 있었다는 점을 알려줘 충격적”이라며 “아동·청소년까지 무분별하게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평범한 일반인조차도 쉽게 간접으로 피해 대상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주빈이 가상화폐 등으로 수익을 얻고 채팅방을 수시로 없애고 만드는 일을 반복해 수사 당국의 추적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도 지적하며 “제2, 제3의 박사방이 만들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사회 예방적 차원에서도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주빈은) 박사방 조직이라는 전무후무한 성착취 범죄집단을 조직해 역할을 분담시키고 피해자를 유인·협박해 제3자로 하여금 직접 아동·청소년 강간 범행을 하게도 했다”며 “진지하게 뉘우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장기간의 수형기간을 통해 교정 개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조주빈 아버지의 노력으로 원심에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고 당심에서도 추가 합의가 이뤄졌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주빈과 공범들이 조직적·적극적으로 방대한 분량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을 범죄단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행 빈도와 횟수 등이 단독 범행보다 압도적으로 증가한 것은 조직적 행위에 기초한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봤다. 각자 영상을 올리고 참여자들을 관리하며 박사방을 홍보하는 등 역할을 나눠 조주빈을 돕고 범행을 실행한 만큼 범죄집단이 2020년 3월께까지 존속·유지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사방이 범죄집단으로 조직됐다는 원심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조주빈이 단독으로 성착취물을 배포했을 뿐 범죄집단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조주빈은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한 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협박해 나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공범을 시켜 성폭행을 시도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후 박사방을 범죄조직단체로 규정하고 조주빈과 핵심 회원들을 범죄조직단체 조직·활동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조주빈은 앞선 기소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별도 기소돼 징역 5년을 추가로 선고받아 1심 형량이 총 징역 45년으로 늘었다. 두 혐의는 항소심에서 병합돼 심리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4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사도 인간인지라 흉악범이 범행을 후회하고 반성하면 측은한 마음이 느껴지는데 조주빈은 범행 축소만 급급할 뿐 반성을 찾기 힘들다”며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한편 조주빈은 최근 여성 3명을 협박해 나체사진을 찍게 하고 이를 전송받은 혐의가 추가로 밝혀져 강제추행·강요 등 혐의로 재차 기소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