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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모녀 살해’ 김태현 첫 재판…“어머니·동생 살해는 우발적”
5개 혐의 구속 기소된 김태현 1차 공판
혐의 모두 인정…“모두 죽일 생각 아니었다” 일부 부인
유족 “세 명 죽여 놓고 살고 싶어서 반성문…어이없다”

지난 4월 9일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를 나서던 김태현이 취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 의 첫 재판이 1일 열렸다. 김태현 측은 범행 결의 단계부터 여동생과 어머니를 죽일 계획은 없었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오권철) 심리로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 처벌법 위반(스토킹)‧절도‧정보통신망법위반 5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태현의 1차 공판이 진행됐다.

김태현은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A씨가 연락을 피한다는 이유로 스토킹한 끝에 지난 3월 23일 A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A씨의 여동생 B씨와 어머니 C씨,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배달원을 가장해 주거 침입하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훔친 혐의, 범행 이후 A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컴퓨터에 접속해 자신이 속한 대화나 친구 목록을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檢 “김태현, 피해자 근무일정 보고 범행일 정해”

검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해 11월께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피해자와 연락을 시작한 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함께 게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A씨에게 호감을 가졌다. 그러다 지난 1월 23일 A씨와 함께 게임을 하던 이들과 식사 자리에서 김태현이 신경질적인 태도를 부리고 A씨의 거절에도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고집을 피우며 다툼이 벌어졌다.

A씨는 김태현과 교류를 끊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김태현은 집요하게 A씨를 스토킹했다. 다툼이 벌어진 바로 다음날 오후 2시께 A씨가 이전에 보냈던 택배 배송 안내 메시지를 확인해 주거지를 찾아갔고 공중전화를 이용해 전화를 시도했다. 같은 날 오후 9시30분께 집으로 돌아오는 A씨에게 다가가 추궁하며 다시 교류하기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A씨의 완강한 거부에도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던 SNS 메시지를 이용하면서까지 김태현은 A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했다. 지난 2월 7일에는 “후회할 짓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안타깝다. 잘 살아 봐”라는 취지로 두 차례 욕설 메시지를 보내자 위협을 느낀 A씨는 다음날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했다.

그로부터 한 달 반 가까이 지나고도 분노와 적개심을 품고 있던 김태현은 살해를 결심하고 다시 A씨에게 접근했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닉네임으로 게임에 접속해 A씨의 근무 스케줄을 확인한 뒤 지난 3월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생활용품점에서 범행에 사용할 장갑, 테이프 등을, 같은 달 23일에는 노원구의 한 마트에서 과도를 훔쳤다. 배달원으로 가장하기 위해 종이 상자까지 챙겼다.

검찰은 김태현이 A씨의 집에 찾아가 살해하기로 마음먹으며 함께 사는 가족과 맞닥뜨린 경우 이들도 살해할 것을 결심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태현 측은 5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처음부터 모두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고 일부 부인했다.

김태현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범행 계획 단계에서 B씨와 C씨는 제압하고 A씨를 살해한 뒤 자해하려 했다”며 “도주하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했다.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서도 “B씨와 C씨에 대해서 우발적 살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범행 계획 단계에서 B씨와 C씨에 대한 범행 계획은 안 했다는 취지”라고 재확인했다.

유족 “저 인간 때문에 조카를 가슴에 묻어야 하나”

이날 재판에 김태현은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와 투명한 페이스 실드, 비닐장갑을 낀 채 참석했다. 피해자의 유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해 참석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취재진과 방청객 13명만 참여했다. 특히 유족들은 검찰이 공소 사실을 읽는 동안 울음을 참지 못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유족 고모 씨는 법정에서 “사람 세 명을 죽여 놓고 살고 싶어서 반성문을 쓰는 자체가 너무 어이없다”며 “저런 인간은 앞으로도 이 사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걸 증명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유족 김모 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전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저 인간 때문에 내 조카를 가슴에 왜 묻어야 하냐”고 말했다.

경찰은 김태현을 범행 장소에서 붙잡아 지난 4월 9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5개 혐의를 적용해 같은 달 27일 구속 기소했다. 김태현은 재판에 넘겨진 뒤 지난달 11일, 18일, 25일, 사흘간 총 네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지난달 18일에는 하루에만 두 차례나 반성문을 냈다. 김태현은 변호인과 상의 없이 반성과 심경 등을 담아 스스로 반성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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