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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방카 불완전판매’에 칼 빼든다
은행들 수수료 수익에 집착
노인 겨냥 장기·변액상품 권유
기존 가입상품 중도해지 유도
판매 급증에 소비자 피해 우려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늘면서 무리한 영업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감독에 착수했다.

31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판매 급증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관련해 어떤 민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에게 장기보험, 변액보험 등을 파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은행에선 간단한 구조의 보험을 파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상품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자 은행들을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험상품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보험은 판매수수료율이 높아 승진이나 성과급을 좌우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높은 성적을 받는데 유리하다.

특히 보험은 가입 이후 사후 관리를 해야 할 책임도 없다. 모집수수료를 2~5년간 나눠 받는 보험설계사와 다르다. 설계사들은 고객이 장기 보험에 가입해 오랜 기간 계약을 유지해야 높은 수익을 얻는다.

은행원들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이 짧거나 보험료가 낮은 보험 상품이라도 일단 많이 파는 게 유리하다. 높은 금리를 내세우며 연금저축보험 같은 저축성 보험상품을 은행 적금처럼 소개하거나, 치매·간병 등에 드는 비용을 지급하는 보장성 보험을 저축성 상품으로 설명하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판매수수료 극대화를 위해 가입한 상품의 중도 해지를 유도하기도 한다.

보험업계 종사자는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는 가입 때마다 발생하는 만큼 은행원들은 상품을 빨리 회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변액보험도 조금 수익만 났다면 조기 해지하고 다른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은행 채널의 해지율은 다른 채널보다 높다”고 부연했다.

보험사들은 내심 이러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올 1분기 방카슈랑스 신계약 체결에 따른 보험료를 1년 단위 연납으로 바꾼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 실적을 보면 삼성생명은 1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6% 증가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1분기 483억원에서 올 1분기 1331억원으로 175.6% 늘었다. 동양생명도 같은 기간 방카슈랑스의 신계약이 83.9% 급증했다.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들에게는 장래 부채여서 건전성 부담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 중이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보장성 보다는 저축성이 판매하기 쉽고, 보험료도 커 수수료 수익이 더 많이 발생한다.

한 보험대리점(GA) 임원은 “장기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 특성상 최소 10년은 가져가야 하는데 은행은 단기 계약 상품을 자꾸 팔려고 한다. 보험사나 고객에게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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