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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강력범 신상공개 때 방어권도 보장해야”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살해범 진정 일부 인용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흉악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때는 적절한 방어권과 절차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며 수백억원대 사기를 벌인 이희진(35) 씨의 부모를 살해한 김다운(36)의 진정을 일부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27일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강력범죄 피의자에게 의견 진술과 자료 제출 기회를 부여하는 등 방어권을 보장해 인격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규정을 정비하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은 경찰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경찰은 2019년 3월 이씨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김다운을 검거하고,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에 김다운은 같은 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며 “신상공개 전후 과정에서 어떠한 통지도 받지 못했으며 의견 진술 등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도 없어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특강법이나 경찰청 훈령 등 관련 법령에 의견 진술·자료 제출 기회를 주거나 결정 내용을 통지해 줄 절차가 규정돼있지 않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범죄의 중대성과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신상공개를 결정하고 실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신상공개 제도는 대상자의 사회적 평가 저하에 따른 인격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를 수반한다”며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이 준수돼야 하고, 이러한 절차가 보장되지 않는 처분은 위법·부당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권위는 “피의자 신상 공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수 있고 신상이 한번 공개되면 피의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면서 “당사자로서는 신상공개의 실익을 실체적으로 다퉈보기 위해 의견 진술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김씨의 인격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이는 경찰청 내부에서 구체적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데서 기인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신상공개 대상자의 방어권과 절차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운은 경찰이 강압 수사를 행하고 의료 조치에 소홀했다는 진정도 함께 냈으나 인권위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김다운은 2019년 2월 25일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하고 현금 5억원과 고급 외제 승용차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돼 올해 2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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