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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의 현장에서] 코로나가 불러온 IB시장 ‘부익부 빈익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안정적인 딜에만 자금이 몰리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해 투자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수익률은 맞춰야 하고, 자금은 집행해야 하지만 투자 기회가 없어 고욕입니다.”

한 투자기관(LP) 담당자의 이야기다. 코로나19 탓에 투자시장에서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실사가 어려워면서 해외의 좋은 투자처를 찾을 기회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주식과 채권 등은 그나마 금융기관들의 공식적인 보고서 등을 통해 평가 후 투자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실물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하는 대체투자시장에서의 해외 투자 기회는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기관들은 수익률에 베팅하기보다 더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인 투자 성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직접 사람을 만나 투자설명회를 듣거나 투자 실물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의 신뢰성이 담보되는 곳에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소위 ‘이름만 보고 간다’라는 식의 투자 기류가 불고 있는 셈이다. 알 만한 기관이 투자자를 모집하면 많은 투자기관이 서로 앞다퉈 투자금을 넣으려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코로나19 탓에 투자 기회가 줄자 기관들의 여유자금이 폭증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기관이 한 번 투자자 모집에 나서면 국내외 투자기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빠르게 자금을 집행하려 한다. 반면 시장에 갓 들어왔거나 평판이 모호한 기관들의 투자자 모집은 투자상황을 잘 알 수 없는 환경 탓에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새로운 기관의 창의적인 투자는 시도조차 할 수 없고, 기존의 고루한 투자방법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소형 캐피털사나 자산운용사들은 제대로 된 투자 건을 찾지 못해 곳곳에서 신음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특히 대체시장에서 국내 투자는 그들만의 리그로 변해가고 있다. 심지어 좋은 투자 기회가 소수의 인적 네트워크 안에서 자금 집행이 끝나 중소 투자자들은 투자 기회가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거 ‘갑’이었던 투자기관과 ‘을’의 위치해서 영업을 해 투자를 받았던 금융기관간 관계가 도리어 역전되면서 투자기관 담당자가 영업 담당자에게 좋은 투자 기회를 알려 달라고 읍소하는 상황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종식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에 해외 투자를 위해 드론을 띄워 실사를 진행하는 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노력도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참가자들은 온라인 실사를 통한 투자 유치 과정은 더딘 속도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 탓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가 가져온 IB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분위기가 시장 전반에 가득하다. 결국 코로나19의 종식만이 답이다. 투자시장에 언택트는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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