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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증시호황 때 인기 높았던 스팩 상장…주가 하락에 찬밥
IPO 준비하던 스타트업들, 선호하던 스팩에 잇따른 ‘퇴짜’
호황을 누리던 미 증시가 최근 하락하면서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자료=123rf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증시가 호황을 누리면서 기업공개(IPO)를 노리는 스타트업 기업들 사이에서 기업인수특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한 우회 상장의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 주가 하락세에 스팩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뱅크(SVB)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 중 50%가 기대치보다 낮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42%는 IPO 이후 첫 해 수익 감소를 겪었다.

플로리다대 IPO주식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술 분야 스타트업 44개사의 주가는 평균 12.6% 하락했다. 또 이들 회사 절반 이상이 주가 20% 이상 하락이라는 쓴 맛을 봤다.

같은 기간 스팩을 통하지 않고 정식 상장한 기업들 역시 주가가 하락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스팩 우회 상장 기업만큼 하락세가 가파르게 나타나진 않았다.

정식 상장한 기업 77개사는 역시 같은 기간인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주가가 10.7%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PO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스팩을 차갑게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스팩 상장을 하자’고 간청하는 이메일을 지우면서 퇴짜를 놓는 입장이 됐다고 전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식 상장보다는 스팩을 통한 상장이 절차적으로 더 쉽고, 이를 통해 더 빨리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스팩 우회 상장을 선호하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미국 스팩 ETF 변동률 추이

최근 낙폭을 키우는 미 증시 상황과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만섞인 아우성이 커진 것이 이런 변화의 주 요인이 된 것이라고 WSJ는 분석됐다.

실제로 스타트업 CEO들은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을 마친 동료 기업인들이 최근 주가 하락세를 겪으며 투자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 준비 시기에는 스팩 관계자들과 온갖 장밋빛 전망을 공유했지만, 상장한 뒤에는 일반 투자자들의 가혹한 평가를 오롯이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이사진에 참여하며 CEO 자문을 맡고 있는 아담 엡스타인은 “IPO 준비 기업들이 현재 스팩을 꺼리는 분위기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스팩은 IPO를 위한 훌륭한 대안이었지만, 이제 그런 인식이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인 루시드웍스의 CEO 윌 헤이스는 최근 수개월간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을 논의해 왔으나, 최근 해당 논의를 중단하고 3~5년에 걸쳐 상장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는 “스팩 상장은 지름길처럼 보였다”면서 “그런데 그 길이 점점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파트 렌트 및 공유업체 커먼리빙의 CEO 브래드 하그리브스는 최근 6개월간 10여개 스팩 측으로부터 상장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호황을 누리던 미 증시가 최근 하락하면서 스팩(SPAC)을 통한 우회 상장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자료=123rf ]

그는 상장 전에 그의 회사 규모를 더 키우고 보다 예측 가능한 수익을 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미 당국은 한때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 열기가 고조되자 대응에 나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스팩을 통한 상장 검증 과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이 기업 이사진 분쟁, 부적절한 공개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스팩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스팩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스타트업과 상장을 추진하는 스팩은 400여개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스팩의 우회 상장 절차 완료에는 대략 2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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