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싱크탱크(포럼)가 21일 발족했다. 단순한 ‘팬클럽’을 넘어 학계와 법조계 등 전문가 집단이 윤 전 총장 지지조직을 결성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윤 전 총장의 향후 정치행보에 실질적 도움이 될 지 여부에 주목된다.

이날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정상연)’ 창립식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송상현 전 국제 형사재판소장은 “포퓰리스트가 정권을 잡으면 개혁을 제일 먼저 화두로 내세운다”며 “개혁이란 이름 하에 민주적 절차를 경시, 왜곡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취향이나 이상대로 국가를 개조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여당을 겨냥한 듯 “(포퓰리즘은) 민주주의를 빙자해 다수결로 밀어붙여 신뢰와 상호성을 파괴함으로써 자기들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줄기차게 노력한다”며 “정치가 이뤄지는 근본 방식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의 상임 대표를 맡은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무너진 공정과 상식, 법치시스템을 바로 세워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모임을 조직했다”며 “불공정과 몰상식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국가지도자의 법치의식 함양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 전 총장과 직간접적 인연이 있는 법조계 인사 또는 중도 성향의 ‘오피니언 리더’ 등이 다수 참석했다. 윤 전 총장과 직접적 연결고리는 없는 행사로 알려졌지만, 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방문객과 취재진이 몰려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송 전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서울대 법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 석사 논문을 지도한 인사다. 정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당시 한국법학교수회장 신분으로 그와 만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란 주제를 내건 토론단도 눈길을 끌었다.

기조 발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맡았다. 중도·진보 논객으로 분류되는 그는 대표적 반문(반문재인) 인사로 독보적인 팬덤을 갖고 있다. 다만,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어느 모임에서 ‘공정’을 주제로 발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토론자로는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김태규 변호사가 참석했다. 김 교수는 한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한 중도 성향의 학자다. 김 변호사는 지난 1월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기 전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논란을 놓고 정부여당에 맹폭을 가하기도 했다.

대표 발기인으로 이름 올린 인사 중에서는 윤정현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공동대표가 눈길을 끈다. 범사련은 중도·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다. 이와 함께 김종욱 전 한국체육대 총장, 박상진 국악학원 이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김탁 고려대 의대 교수(대한노인여성의학회장) 등 33명이 대표 발기인으로 참석했다. 정윤희·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