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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흡곤란에 손끝이 하얘진다면...‘폐동맥 고혈압’ 의심하라
폐동맥 혈압 상승하는 치명적 희귀질환
치료하지 않으면 돌연사 위험 커져
생존율 3년 기준 54.3%...환자수 급증
자가면역 환자, 공존 여부 꼭 확인해야

조기 진단·치료땐 생존율 크게 올라
국내 환자 치료환경 개선위한 노력 필요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치명적인 희귀 질환이다. 고혈압과는 달리 오른쪽 심장에 문제가 생기고, 방치하면 호흡 곤란 및 우심부전으로 인해 돌연사 위험이 높은 병이다. 치료하지 않을 시 평균 생존 기간은 2~3년으로 매우 짧다.

현재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은 3년 기준 54.3%에 불과하다. 환자의 절반 정도가 3년이내 사망하는 셈이다. 희귀질환이지만 환자 수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 2010년 1677명에서 2019년 기준 약 3003명으로 9년 새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이렇게 진단된 환자 외에 숨겨진 환자들이 더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폐동맥고혈압의 비특이적 증상이나 낮은 인지도 등의 특성상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숨겨진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약 4500명~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폐동맥고혈압은 돌연사 위험이 높은 반면 조기에 진단받아 올바른 치료가 이루어지면 생존율이 크게 향상하는 질환이다.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국내 폐동맥고혈압이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은 진단이 늦어지는 원인이 큰데,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단받기까지 평균 1.5년이 걸린다. 폐동맥 고혈압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이 숨가쁨, 호흡 곤란, 만성 피로 등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을 보인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다.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주의 필요=증상 외 의심할 수 있거나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경우는 전신홍반성루푸스, 전신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환자일 때로,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경우 이차성 폐동맥고혈압이 동반질환으로 발생할 수 있다. 전신홍반성루푸스 환자의 약 4.2%~10% 내외, 전신경화증 환자의 3.6%~32%에서 폐동맥 고혈압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은 더욱 치명적이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년여 간의 연구 결과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 사망 확률은 18.8%로, 일반 특발성 폐동맥 고혈압 환자(8.1%)나 선천성 심장 질환에 의한 폐동맥 고혈압(3.9%) 환자보다 높다. 높은 발생 빈도나 치명률을 고려할 때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폐동맥고혈압 공존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폐동맥 고혈압은 특이 증상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손발 끝이 하얗게 변하는 ‘레이노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호흡 곤란과 함께 손끝이 하얗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담당 전문의와 상의하여 폐동맥고혈압 공존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을 권고할 수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허진욱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특발성이 대부분이지만 전신홍반성루푸스 환자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발생 빈도가 높은 고위험군으로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 확인을 위해 심장 초음파 등의 검진이 필요하다.”며 “폐동맥 고혈압의 빠른 진단은 바로 생존율과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진단 후 환자의 절반가량이 3년이내 사망하는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외국의 경우 조기 진단과 치료가 잘 이루어지는 경우 3년 생존율이 95.7%까지도 높게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호흡 곤란 등이 나타나는 경우를 비롯해 분명한 고위험군에 속하는 자가면역질환자는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동맥 고혈압,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 통해 예후 개선 가능해=폐동맥 고혈압은 진행성 난치 질환이다.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므로 최대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혈관확장제로 폐동맥의 혈압을 낮춰 주는 약물치료를 한다. 폐동맥 고혈압의 정도에 따라 1개 치료제를 사용하거나 2개의 경구 약제로 병용 치료가 가능하다.

과거 10년 전만 해도 가능한 치료 옵션이 없어 생존율이 낮은 난치질환에 속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약제로 관리가 가능하고, 치료 효과도 높아졌다. 2~3년이던 평균 생존율이 약 7.6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기 진단 독려와 치료 약제 지원 등 국가적 지원과 관리를 통해 생존율을 크게 개선한 국가도 늘었다. 미국의 경우, 3년 생존율은 NIH 기준 1980년 48%에서 2009년 73%까지 향상되었으며,14 일본의 경우 3년 생존율이 95.7%까지 보고되었다.

생존율이 크게 개선된 국가의 특징은 조기부터 적극적인 치료이다. 글로벌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는 조기부터 적극적인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진료지침의 병용 요법을 조기부터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 급여가 질병이 심각해진 후 폐동맥 고혈압 중등도 이상에서 보험이 적용되어 조기 발견한 경우에도 조기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질병 악화 후 본격적인 치료가 진행된다. 조기에 2가지 약제를 병용치료 하는 효과는 이미 입증되어 생존율 개선을 기대 할 수 있다. 다만,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위해서는 2제 병용 치료가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치료제 접근성 마련과 함께 다학제적 접근도 중요하다.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원인이 되어 발병하는 만큼, 관련 진료과인 심장내과, 류마티스내과, 호흡기내과 등이 협력해 정확한 진단을 통한 조기에 환자를 찾고 초기부터 맞춤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허진욱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10년 전만 해도 불치의 병이었지만, 최근에는 치료제 발전으로 최대한 진행을 늦추며 관리할 수 있는 병으로 달라지고 있다. 다만 국내 폐동맥 고혈압 생존율은 그 개선 정도가 매우 떨어져 안타깝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내 폐고혈압 진료 지침이 개발되는 등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

일반 고혈압과 폐동맥 고혈압의 차이

일반 고혈압(전신 고혈압)은 왼쪽 심장에서 몸으로 혈액이 뿜어져 나가는 혈관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으로, 최고/최저 혈압이 140/90mmHg 이상일 경우 진단된다. 혈압계로 측정하는 전신 혈압은 체순환 혈압으로 폐동맥 혈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반대로, 폐동맥 고혈압은 오른쪽 심장과 폐를 연결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으로 평균 폐동맥 압력이 25mmHg 이상일때 진단된다. 전체적으로 남성 유병률이 높은 일반 고혈압과 달리, 폐동맥 고혈압은 상대적으로 젊은 40대 후반 여성 환자가 가장 많은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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