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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 투 더 1895년”...현실의 시간위에 과거가 앉았다 [헤럴드 뷰-과거로의 시간여행]
현재 거리 위에 구현된 과거의 거리 모습
명화 속 인물들도 현실 세계로 뛰어나와...
현실보다 생생...진화한 가상세계 ‘메타버스’
통신업계·게임시장도 새 먹거리로 정조준

#. 이국적인 풍경이 인상적인 외국의 한 거리. 스마트폰 카메라로 거리를 비춘 채 시간을 1895년으로 맞춘다. 순간 화면 속 풍경이 그 당시, 지금 이 거리의 모습으로 바뀐다. 에메랄드 빛 철문이 있던 자리는 엔틱한 분위기의 상점으로 바뀌어 있다. 아스팔트 대신 돌 길로 바뀐 거리 위에는 말이 끄는 마차 한 대가 지나간다. 1895년 거리 속에 그대로 이동한 느낌이다.

#. 네덜란드 화가 디에릭 보우츠(Dieric Bouts)의 유명 작품 ‘최후의 만찬’ 그림 앞에 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 웨어러블 홀로렌즈 헤드셋을 쓰면 그림 속 인물들이 한 명씩 내 앞으로 다가온다. 화가가 활동하던 1400년대로 돌아가, 그림 속 인물 한 명, 한 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실감현실 기술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5세대(5G) 통신 시대에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XR) 콘텐츠가 미래 핵심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시간 여행’을 방불케 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구현되고 있는 것. 더 나아가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3차원 ‘메타버스’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국내 ICT 기업들도 메타버스를 ‘열공’ 중이다. 2025년 315조원의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메타버스 시장을 정조준해, 통신업계를 비롯해 게임, 포털까지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어 기술 고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글 어스 클라우드 앵커(Earth Cloud Anchors) 화면. 현재 거리(위)에 화면을 비추고 1895년으로 연도를 설정하면 해당 연도 거리(아래)의 모습이 증강현실(AR)로 구현된다 [구글 유튜브]

▶“현실 위에 과거 얹어 시간 여행”= 시간 여행을 방불케하는 혼합현실의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구글이 지난해 10월 소개한 ‘구글 어스 클라우드 앵커(Earth Cloud Anchors)’ 기능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기술 소개 영상도 큰 화제다.

이 기능은 구글의 AR 플랫폼인 AR코어(ARCore)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 맵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뷰’, ‘스트리트 뷰’에 지형 현지화를 고려한 AR 기술이 덧입혀진 방식이다. 특정 거리에서 특정 연도를 선택하면, 해당 연도의 거리가 스마트폰 화면으로 구현된다. 1895년으로 시간을 설정하면 순식간에 당시의 모습으로 거리의 풍경이 바뀌는 식이다. 화면을 비춘 채로 이동이 가능해 과거 거리를 그대로 걷는 듯한 경험이 가능하다.

특히 이 기술은 가상이 아닌 실제 세계에 AR콘텐츠를 고정시켜 놓을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향후에는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AR 게임을 즐기거나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 건물의 정보, 정류장 정보 등을 띄우는 기능까지 본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 웨어러블 기기 홀로렌즈를 통해 명화를 감상하는 모습 [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세계적인 명화를 혼합현실로 감상하며 그림의 과거 배경 속으로 돌아가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술도 구현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웨어러블 기기 홀로렌즈를 통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실험적인 도전을 진행 중이다.

최근 유럽의 한 미술관에서 명화를 혼합현실로 즐기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홀로렌즈를 쓰고 명화 앞에 서면 그림 속 인물들이 그림 밖으로 튀어 나오 듯 눈 앞에 다가온다. 서 있는 공간이 3차원(3D)의 그림 속 배경으로 바뀌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유명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 아바타 등을 제작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메타버스로”...국내 통신업계의 도전= 글로벌 기업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시장을 겨냥한 행보가 발빠르다.

대표적인 곳이 통신업계다. SK텔레콤은 최근 한류 콘텐츠에 메타버스 기술을 입혀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아이돌 가수 ‘위클리’ 멤버들을 디지털 휴먼(아바타)으로 제작해 팬들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스타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메타버스 형식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멤버들의 디지털 휴먼이 메타버스로 구현한 운동장, 교실 등을 배경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새로운 방식의 뮤직비디오다.

앞서 SK텔레콤은 고궁에 AR을 입혀 현실의 공간을 가상의 해치가 안내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창덕궁에 AR을 입혀 가상의 해치가 구역별 정보를 안내하는 ‘창덕 아리랑(ARirang)’서비스다. 구글의 AR코어 기술과 협력해 국내에 맞는 AR 콘텐츠 모델을 개발한 사례로 꼽힌다. 특히 SK텔레콤은 혼합현실 제작소인 ‘점프스튜디오’를 통해 직접 AR·VR 콘텐츠 제작 시장에도 뛰어든 상태다.

LG유플러스는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의 관련 기업들과 함께 5G 연합체를 결성했다. 우주 정거장을 AR, VR 촬영한 콘텐츠를 공개하는 등 연합체 프로젝트도 본격화됐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소비자형 AR 안경을 세계 첫 출시는 등 하드웨어 분야까지 힘을 실으면서 5G 콘텐츠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T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케이팝 콘텐츠를 기반으로 5G 콘텐츠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아가 정부차원에서 실감현실 시장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국내 통신사들의 행보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의 손가락 움직임까지 생동감있게...‘메타버스’ 게임시장 정조준= 메타버스에 공을 들이는 또다른 분야는 바로 게임이다. 이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게임에 참여해, 단순히 VR로 게임을 즐기는 것보다 한 단계 진화된 방식으로 게임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출시된 ‘로블록스’가 흥행하면서 메타버스 게임 가능성이 높게 평가 받으며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로블록스는 블럭으로 구성된 3D 입체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형태의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작인 ‘도깨비’를 메타버스 게임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사람과 사물에 생동감을 높이는 메타버스 게임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또다른 게임사 위메이드 역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메타버스 게임 생태계 안에서 블록체인 기술까지 더해 가상화폐로 연결된 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프로젝트’도 주목할만한 행보다. 엔씨소프트의 이 서비스는 AI 음성합성, 캐릭터 스캔, 모션캡처 등 엔씨의 기술을 집약한 프로젝트다.

대표적으로 아티스트의 ‘AI 음성 합성’ 기술을 통해 메시지를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듣는 등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엔씨소프트는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 AI랩을 통해 2016년부터 연구개발에 힘을 실었던 상태다.

아티스트, 게임 캐릭터의 생동감 있는 구현을 위해 3D 캡처 기술도 고도화했다. 엔씨소프트는 2017년 사내 3D 스캔 스튜디오를 구축해, 실제 인물의 움직임을 스캔하고 이를 게임 캐릭터 등에 적용해왔다. 스튜디오는 360도 원형으로 146대의 카메라가 설치돼있어 외형의 미묘한 특징을 그대로 구현한다.

이외에 모션캡처 기술을 통해 사람의 동작과 표정,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도 구현한다.

네이버랩스가 구현한 서울시 3D 모델링 [네이버 제공]

▶“내 아바타가 서울을 누빈다”= 포털업계에서는 네이버의 행보가 빠르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제공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를 통해 메타버스의 기술 진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제페토는’ 가상세계의 AR 아바타 서비스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AR 및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사진을 기반으로 한 3D 아바타를 만들어 준다. 아바타는 현실과 다른 가상세계에서 이용자를 대리해 활동한다.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여러 아이템으로 꾸미고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 전세계 제페토 가입자는 2억 명에 달하고, 사용자 중 90% 이상이 해외 사용자다. 또, 80% 이상이 10대다.

제페토는 글로벌 Z세대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블록체인 기반 사용자 제작 게임 더 샌드박스가 네이버제트와 협업해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Non- Fungible Token) 서비스를 공동 전개할 방침이다.

네이버랩스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현실을 가상세계에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트윈’도 메타버스 서비스 중 하나다. 디지털트윈을 위해서는 3차원 공간에 대한 고정밀 매핑, 정확한 측위 기술, 데이터 처리 자동화를 위한 AI 기술 등이 필요하다.

네이버랩스는 지난해 항공사진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서울시 전역의 3차원 모델을 구축했다.

지난 3일에는 인천시가 주관하고 네이버랩스가 참여하는 ‘XR(확장현실)메타버스 인천이음 프로젝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추진한 ‘XR 메타버스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네이버랩스는 이 프로젝트에서 3D XR 공간정보 구축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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