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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버 戰士’ 2030…가상자산은 ‘마지막 사다리’
해외 거래소·주식 어플 보며 디스코드로 소통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투자·이해 당연
주식→가상자산→NFT까지 투자 수단 진화
MZ세대에게 투자는 ‘마지막 재산 증식 수단’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미국 주식시장을 컴퓨터 화면에 올려두고 디스코드(음성 소통 플랫폼)로 새벽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잠에 들죠”

대학생 시절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했던 인턴 경험을 한 윤진호(31) 씨는 소액으로 가상자산과 주식투자를 하며,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그에게 사이버 세계에서의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은 당연한 현실 세계다. 그는 “가상자산이나 주식이 마지막 재산 증식 수단이자 가치재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투자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사이버 활동에 익숙한 MZ세대는 절박하다.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도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하다. 그렇다 보니 투자 행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혹은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행태) 등 리스크를 동반하는 경우가 잦다. 기성세대는 이들의 투자를 이해 못 하지만, MZ세대는 ‘리스크 없이는 이득도 없다’며 신경쓰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에 대한 투자가 낯설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사이버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네이티브기 때문이다. 유선전화부터 스마트폰까지 모바일 메신저의 혁신을 체감했으며 은행 방문보다는 모바일 뱅킹 사용이 당연하다. 구세대 문법인 HTS보다는 MTS가 익숙하며 신문, 보고서에서 정보를 얻기보다는 SNS를 통해 투자 정보를 학습하고 공유한다. 화상채팅이나 실시간 음성 소통은 이들에게 일상이다.

[123RF]

MZ세대는 입을 모아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11억원이다. 노력한다고 해서 집과 돈,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산 증식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MZ세대의 대표격인 20대와 30대의 지난해 주식보유금 증가율은 각각 121%, 92%였다. 또, 지난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300만명 중 53.5%인 160만명은 30대 이하였다.

이들의 투자는 주식에서 멈추지 않았다. 기성세대가 ‘거품·투기’라고 지칭하는 가상자산 투자에도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새롭게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든 투자자 10명 중 6명은 20·30세대로 파악됐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신용카드회사 마스터카드가 전세계 18개국 1만5500명 이상 20·30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 세대의 77%는 가상자산에 대해 관심이 많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응답자의 40%는 내년 중으로 결제를 위해 가상자산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상자산을 사려고 입금한 예치금 역시 연령대가 낮을수록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20대의 예치금은 346억원에서 881억원으로 154.7%나 불어났고, 30대의 예치금은 846억원에서 1919억원으로 126.7% 급증했다.

이들은 나아가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으로까지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NFT 정보 사이트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디지털 NFT 판매 금액은 2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9300만 달러)보다 2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NFT 예시. [헤럴드경제 DB]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위험 선호 행태에 대해 ‘이해는 간다’면서도 우려를 표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MZ세대의 경우 유행하는 투자에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걱정이 큰 세대”라며 “(정부의) 주택 정책의 실패로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인식이 공격적인 투자 행태를 부른 것”이라 설명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투자는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라며 “젊은 2030 전반이 투기나 다름없는 가상자산에 빠진 상황은 경제 전반의 위축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은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윤 씨는 “주식이나 가상자산이 투기인지 투자인지는 결국 결과론적인 것”이라며 “사다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내 유일한 희망은 스스로 공부한 투자 자산이 상승하길 기대하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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