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운전자 현장서 체포

고속도로 내달린 테슬라, 운전자가 없다?…뒷좌석 탄 차주 체포
테슬라 뒷좌석에 앉아 고속도로를 달린 파램 샤르마.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CHP) 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켜고 차량 뒷좌석에 앉아 고속도로를 내달린 미국의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 순찰대(CHP)는 지난 10일 ‘운전석이 비어있고 뒷좌석에만 한 남성이 앉아있다’는 911신고를 여러 건 접수, 뒷좌석에 앉아 고속도로를 주행한 파램 샤르마(25)를 현장에서 난폭운전 혐의로 체포했다.

샤르마는 당시 테슬라 ‘모델3’ 뒷좌석에 탑승해 80번 고속도로의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릿지 구간을 달렸다. 현장에 출동한 순찰대의 지시로 차를 멈추기 전, 그는 비워뒀던 운전석으로 이동했다.

테슬라에는 자율주행 기본 옵션인 ‘오토파일럿’ 기능이 탑재돼 있는데, 순찰대는 샤르마가 이 기능을 작동시킨 상태에서 난폭 운전을 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활성화할 때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전방을 주시하는 등 차량을 적극적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핸들에 가해지는 힘을 감지해 운전석에 사람이 없다고 판단되면 차량 주행을 못 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운전자가 마음만 먹으면 운전석을 비워둔 채 ‘오토파일럿’ 주행을 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최근 공개돼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었다.

미국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지난달 테슬라 차량 핸들에 무거운 물체를 매달고 운전석 안전벨트를 채운 뒤 조수석으로 옮겨타는 시험을 한 결과, 아무런 경고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운전자가 뒷자리에 앉은 상황에서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테슬라 자율주행 기능의 안전성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샤르마는 체포 이후 앨러미다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일단 풀려났다. 하지만 그는 “내 테슬라가 (전기) 충전되기를 기다리고 있고, 지금 당장이라도 뒷좌석에 앉겠다”며 뒷자석에 앉아 자율주행을 계속할 것이라는 뜻을 현지 방송 KTVU TV에 밝혔다. 자율주행 기능에 대해선 “사람들이 겁에 질려 있다”며 맹신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 폰타나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 충돌 사망 사고와 관련해 특별 안전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에 따르면 지난 5일 테슬라 차량이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테슬라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트럭 운전사는 크게 다쳤다.

테슬라 차량이 사고 당시 ‘오토파일럿’ 기능으로 주행을 하고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AP통신은 “이번 조사는 교통 당국이 테슬라 주행 시스템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NHTSA가 ‘오토파일럿’ 결함을 선언하고 리콜을 요구하거나 해당 기능 사용에 제한을 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