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야생동물을 구경하고 만질 수 있는 카페가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독일에서는 야생동물을 만진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단지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서가 아니다. 이들을 ‘만져야 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수의연구사 황주선은 ‘동물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하다고요?’(휴머니스트)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는 왜곡된 인식을 전달”한다며, “잡아서 가두고 키워도 되는 존재, 실내에서만 살게 해도 되고, 인간이 주는 음식을 구걸하게 해도, 인간이 원할 때면 언제든 힘으로 누르고 억지로 만져도”되는 대상으로 만든다며, 이는 동물학대이자 생물 다양성 보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동물이 건강해야~’는 서울대 수의과대 이항 교수, 천명선 교수, 황주선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수의연구사, 최태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수의사들이 들려주는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야기다.
이들은 하나의 지구, 동물과 인간의 건강은 연결돼 있다는 ‘원 헬스’, ‘원 웰페어’의 관점을 공유한다.
이항 교수는 “인간 사회의 문제에만 집중해서는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지키기 어렵다”며, “사람, 가축, 야생동물의 보건과 의학, 그리고 환경과 생태 및 사회, 경제, 법률 전문가와 관련 기관 모두가 협력하고 거시적인 통찰력을 가져야 이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사스, 메르스, 코로나 19등 RNA 바이러스의 출연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이 반려동물에 대해 무조건적 반대 입장을 취하는 건 아니다. 호모사피엔스와 개와의 협력 관계를 예로 들어, 인류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긍정적 측면이 많지만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물복지’는 이 책의 가장 중심에 놓인다. 일견 ‘사람 복지도 안되는데 무슨 동물 복지냐’고 할 수 있지만 사람과 동물의 복지가 반대 방향이 아니라 같은 곳을 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동물학대의 양상은 다양하다. 특히 학습과 경험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축제가 한 사례로 지목된다. 가령 산천어 축제의 경우, 차가운 물에 사는 산천어 같은 물고기들은 사람의 체온이 닿을 때 화상을 입고 통증을 느끼는데, 인간의 재미를 위해 동물을 죽음과도 같은 고통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동물의 고통이 간과되는 동물 실험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2018년 사용된 실험동물 중 약 80퍼센트가 고통등급 D·E, 즉 중증도 이상이거나 극심한 고통,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 실험에 쓰였다. 동물원 뒷방의 현실도 비참하긴 마찬가지다.
책은 박쥐에서 유래된 코로나 19가 불러온 뉴노멀 시대, 동물과 인간, 동물과 환경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요구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동물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하다고요?/이항 외 지음/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