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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형은 무슨 죄?” 대놓고 가린다…배달라이더 ‘꼼수’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 배달업 종사자가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형으로 번호판을 가리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온라인 커뮤니티]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핑크 팬더는 무슨 죄?”

교통 법규 위반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배달 라이더들의 ‘꼼수’가 진화하고 있다. 자물쇠를 안장에 걸어 번호판이 가려지게 하는 것은 ‘신사’ 축에 속한다. 최근에는 인형이나 헤어밴드까지 동원해 대놓고 번호를 가리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최근 배달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헤어밴드로 추정되는 물건을 이용해 번호판을 가린 한 라이더의 모습이 사진으로 올라와 화제다. 신호·과속위반 카메라나 공익제보단에 의한 교통 법규 위반 적발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통상 신호 위반과 같은 경우 4만~5만원 수준의 과태료,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하는 등 일부 위반 사항의 경우 10만원이 훌쩍 넘는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대부분의 전업 라이더가 하루 10만원 중반대의 수익을 거두는 것을 감안하면, 교통 법규 위반으로 인해 그날의 일당 모두를 날릴 수도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번호판을 가리는 ‘꼼수’ 라이더들은 ‘순대’라고도 불리는 대형 자물쇠를 늘어뜨리는 방식을 쓴다. 젖은 휴지를 번호판에 붙여 말라붙게 하거나, 번호판 끝을 구부리기도 한다. 이같은 방법은 ‘번호판을 일부러 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을 때 ‘실수였다’거나 ‘가려졌는지 몰랐다’라고 주장할 명분이라도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여러개의 인형이나 두꺼운 헤어밴드를 매다는 등 대놓고 번호판을 가리는 경우가 흔치 않게 적발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같은 꼼수는 동종 업자들 사이에서도 지탄의 대상이다. 황당한 꼼수가 사진으로 찍혀 올라오는 것 역시 ‘이런 사람들 때문에 업계 전체가 욕 먹는다’는 다른 배달 라이더들의 하소연 과정에서다.

하지만 최근 배달의 일상화로 이륜차의 교통 법규 위반이 잦아지고, 이를 적발하기 위한 수천명의 공익제보단이 활동하기 시작한 뒤 이같은 꼼수는 오히려 더 횡행하는 모습이다. 공익제보단은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이륜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운영됐다. 올해는 3000명의 공익제보단 새로 선발돼 활동 중이다. 활동 경험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단속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이같은 공익제보단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번호판을 가리는 라이더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배달 플랫폼에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배달앱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들은 ‘한 번에 한 집만 배달’이라는 모토를 내거는 등 빠른 배달을 강조하고 있다. 쿠팡이츠가 출범과 동시에 이같은 서비스를 도입하며 분위기를 주도했고, 배달의민족도 ‘배민원(1)’이라는 상품으로 오는 6월부터 단건 배달에 나설 예정이다. 단건 배달은 기존에 여러 배달을 한꺼번에 묶어 처리하던 것과 비교해 라이더 입장에서 시간당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익 하락을 막기 위해 라이더들이 어쩔 수없이 무법 질주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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