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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우면 이직하던가” 조롱글 LH직원 색출 실패?…블라인드만 웃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게시물[블라인드 캡처]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 당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아니꼬우면 (LH로) 이직하라’는 취지의 글을 써 공분을 산 작성자 색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블라인드의 익명성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셈이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경남경찰청은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 미국 본사로부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 자료 협조를 받지 못할 경우 각성자 색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남경찰청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미국 본사로 보냈다. 앞서 LH가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등 혐의로 블라인드 게시물 작성자를 고발한데 따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팀블라인드는 ‘해당 자료가 없어 제공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대대적 수사로 직장 내 고발 창구가 됐던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이용자들 사이엔 “결국 신원이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에 제기됐지만, 결국 신원 파악은 힘들게 됐다.

블라인드 앱

국민의 공분을 산 게시물 작성자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논란이 되던 당시 블라인드에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빨면서 다니련다”라며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던가”라는 글로 공분을 샀다.

경찰은 LH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팀블라인드 한국지사와 LH 진주 본사 압수수색과 더불어 서버가 위치한 미국 본사에 자료를 요청했다. 당시 수사의 핵심은 미국 본사 서버 자료를 넘겨받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팀블라인드는 본사를 미국에 둔 해외업체인 만큼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통상 해외 업체 수사의 경우 경찰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어 난항을 겪는다.

수사 실패는 예견됐다. 특정인이 지목될 경우 블라인드가 내세운 익명성도 훼손돼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블라인드가 서버를 미국에 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작성자 신원이 노출되면 블라인드 서비스 자체가 직격탄을 맞는 구조”라면서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서버와 본사를 해외에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지난 2014년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검찰에 제공했다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언제든 신상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사이버 망명’ 붐이 일기도 했다.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알린 블라인드 글[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익명성이 담보되는 블라인드는 ‘직장인의 대나무숲’으로 불린다. 회사에 대한 과감한 평가는 물론 때로는 ‘내부 고발’까지 이뤄진다. 2014년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각종 직장인들의 고발창구로 자리 잡았다.

지난 2월에는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블라인드를 통해 카카오의 인사평가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 익명 소통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블라인드에 모여들고 있다. 모바일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블라인드 앱 월간활성화사용자 최근 6개월 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이용자는 112만 3875명으로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안드로이드+iOS 이용자 기준)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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