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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전국 ‘유령아동’ 353명…유기아동, 혼외자식이 가장 많아 [유령아이 리포트]
궁금했습니다. 왜 출생 사실이 기록되지 않은 아이들이 끊임없이 등장할까. 출생신고는 하나의 행정적 절차이지만, 동시에 세상에 난 존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누릴 아동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최소의 권리에서 비껴난 아이들은 존재합니다. 우린 그들을 ‘유령아이’, ‘투명아동’, ‘그림자 아이들’ 이라고 부릅니다.
헤럴드경제는 전국 곳곳에서 발견된 출생 미등록 아동의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온통 ‘어른들의 이유’들로 아이의 출생신고는 미뤄지거나 무시된 걸 확인했습니다. 취재팀은 개별 사례의 특수성에 매몰되기보다는, 보편적인 배경과 제도적 모순을 발견하려 애썼습니다. 그간의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4부에 걸쳐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기획보도는 ‘누락 없는 출생등록,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을 목표로 활동하는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UBR Network)와 함께 조사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1부 : 기록되지 않았던 아동 353명〉 ② 전국 곳곳 사연 들여다보니

[123RF]

왜 ‘유령아이’들은 끊임없이 나올까. 최근 세상에 알려진 여수 2살 쌍둥이(2020년 11월), 인천 미추홀 8살 여아(올해 1월), 구미 3세 여아(올 2월)는 모두 공식적으로 기록된 적 없던 존재들이다.

배경을 살펴보니 온통 어른들의 이유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전남편과의 혼인관계를 온전히 정리하지 못해서였고, 어떤 이들은 생활의 곤궁함에 매몰돼 출생신고를 마냥 미뤘다. 아이를 어딘가에 버리듯이 남겨놓고 존재를 감춘 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에겐 선택권이 없었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조력자를 만나기까지 수년을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채 허송세월했다. 이 과정에서 학대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그런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정부나 지자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종합한 통계를 생산하진 않는다. 헤럴드경제는 간접적으로 미등록아동의 숫자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3월 10일 전국 229개 지자체(세종특별자치시·제주·서귀포 포함)에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의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부터 올해 3월 10일 사이에 지자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아동학대 또는 영아유기로 접수한 사례 가운데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의 숫자를 요청했다. ▷발견 시기 ▷발견 당시 나이 ▷발견된 경로 ▷출생신고되지 않은 이유 등에 관한 정보도 함께 요구했다.

한 달 사이에 62개 지자체에서 해당되는 사례가 있다고 회신했다. 헤아려보니 총 353명의 ‘미등록 아동’들이 있었다. 신고가 없었다면 언제 발견됐을지 요원했던 아이들이다.

취재팀은 이를 바탕으로 통계를 작성했고 추가취재를 벌였다. 미등록 아동이 발생하는 보편적 배경과 구조적인 취약점을 발견하는데 집중했다.

‘유령아동’의 전국 분포 [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81%는 서울·경기에 몰려…몇년 째 방치되기도

지자체가 인지한 출생 미등록 아동은 2019년 166명, 2020년 142명이었고 올해 들어서 3월 10일까진 45명이 확인됐다. 이들 아동이 발견된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경기도에 전체의 81% 이상이 집중됐다. 서울에선 7개 자치구에서 247명이 있었고 경기도에선 15개 시·군에서 40명의 미등록 아동이 발견됐다.

서울과 경기에서 아동 숫자가 많은 건 베이비박스의 존재 때문이다. 현재 서울 관악구(주사랑공동체)와 경기 군포시(새가나안교회)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베이비박스가 있다. 지자체에 따르면 2019년부터 2년 3개월 남짓한 기간에 두 곳의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동은 각 260여명이다. 대부분이 출생신고되지 않은 상태다. 이후 대부분은 ‘기아’(생부모를 알 수 없는 버려진 아동)으로 행정처리된다.

광역지자체 단위로 보면 경상북도(10명), 전라남도(7명), 부산·대구·대전(각 6명)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이 태어난 지 한달내기

미등록 상태로 발견된 353명 가운데 66%(228명)는 태어난 지 채 한 달이 안 된 영아들이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출생의 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평범한 가정이라면 기한 내에 신고 이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228명의 갓난아이들은 처지가 다르다. 부모가 양육의지가 없어 이미 포기(유기)한 아이거나, 극히 일부는 발견 시점에 이미 사망한 사례다.

유기된 아동의 상당수는 베이비박스에 맡겨진다. 동시에 무방비 상태에서 발견되는 아동들도 여전히 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유기아동 가운데 4명은 병원이나 길거리에서 발견됐다.

[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올 2월 말 경기도 안양시의 한 노상 주차장에서 주민이 갓난아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해 3월 대전광역시의 한 산부인과에선 생모가 출산 직후 아이만 두고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갓 태어난 아이들도 있지만 이미 몇 년이 지나고서도 여전히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아동도 40여명에 달했다. 김영주 변호사는 “이른바 ‘몸만 큰’ 아이들인 셈”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의 한 시에선 지난해 15살이 넘은 아이가 출생신고조차 안 된 사실이 확인됐다. 시청 담당 주무관은 “학대가 의심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나갔고 자녀의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미 중학교에 진학할 나이였지만 초등학교 교육조차 못 받은 상태였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연합]

어른들 이유로…아이에겐 선택권 없어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1순위 출생신고자는 아이를 낳은 부 또는 모(혼인 중)다. 출산 전에 이혼했거나, 결혼하지 않은 상태(혼인 외)에서의 출산이라면 원칙적으론 생모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신고되지 않았던 이유는 10가지(▷베이비박스 유기 ▷혼인 외 출생 ▷미혼모·미혼부 ▷미등록 이주아동 ▷아동 사망 ▷유기(베이비박스 외) ▷병원 밖 출생 ▷신고의무자 질병·사망 ▷비공개 ▷기타)로 나눴다. 각 개별 사례를 들여다 보면, 어느 하나의 이유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대부분 복합적인 사연이 엉켜있어서다. 다만 정보공개청구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분류했다.

종합한 결과,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이유가 전체의 73.9%(260건)로 가장 많았다.

베이비박스를 제외하면 ‘혼인 외 출생’이 가장 흔한 이유다. 전국의 미등록아동 353명 중에 가운데 40건(11.4%)이 여기에 해당했다. 대부분은 생부모가 과거의 혼인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다.

올해 초 대구에서 발견된 5살짜리 여자아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생모는 남편과 불화를 겪었고 결별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결혼관계를 법적으로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다른 남성을 만나 아이를 가졌다. 이 경우 민법 ‘친생자 추정’ 원칙(844조)에 따라 이 아이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법률상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생모는 출생신고를 미루고 미루다 5년을 허비했다.

229개 지자체 가운데 62곳에서 출생미등록 아동이 있다고 응답했다. 취재팀은 각 지자체가 회신한 문건을 분석해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배경을 정리했다. [사진=박로명 기자]

혼인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미혼모, 미혼부(18건, 5.1%)도 아동의 출생 미등록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출산한 미혼모 가운데 아이를 키우지만 방임하는 사례가 있다. 올해 초에 경기도 고양시에선 저녁마다 아기가 운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생모는 저녁마다 일하러 나갔고 6개월짜리 아이는 혼자 밤을 보냈다. 아보전은 이 아이를 임시보호시설로 분리했고 생모의 출생신고를 돕고 있다.

일부 미혼모들은 병원이나, 보육시설에 아이를 두고 잠적하기도 한다. 이후의 시나리오는 제각각이다. 일부 지자체에선 경찰이 수사를 벌여 생모를 찾은 뒤 출생신고를 하도록 한 경우가 있지만, 사라진 엄마를 찾지 못해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도 있다. 이 경우 새로 성과 본을 창설한 뒤 출생등록하는 절차를 밟는다.

충청도 한 지자체의 아동학대 담당 주무관은 “유기아동이 발견되면 경찰이 적극적으로 생모를 찾는 경우도 있고 큰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생모를 찾지 못하면 아이는 보육원으로 보내진다”고 했다.

nyang@heraldcorp.com / dodo@heraldcorp.com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취재팀

기획·취재=박준규·박로명 기자

일러스트·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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