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팀장시각] 씨티은행 철수는 규제 탓?

씨티그룹의 한국 소매금융 철수를 두고 말이 많다. 씨티에서 돈을 빌리거나 돈을 맡긴 고객들은 물론이요, 씨티에서 일하던 이들도 갑작스러운 일자리 걱정을 떠안게 됐다. 당국도 씨티의 한국 철수가 고객 피해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출구전략’을 돕겠다고 할 만큼 ‘글로벌 투자은행의 소매금융 철수’는 그야말로 ‘빅이슈’다.

왜 떠나느냐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 과정에서 많이 언급된 것으로 ‘금융 당국의 규제’를 꼽는 이가 많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실물경제에서 문제점이 포착될 때마다 금융권에 하나둘 규제를 늘렸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주택담보대출을 조였다. 시장경제에서 담보대출은 담보평가 후 대출 규모를 정하는 게 기본 원리 원칙인데 이를 일괄 비율로 정해줬다. 심지어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아예 담보대출을 하지 못하게 했다. 정부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사실상 담보가액 0원으로 억지를 쓴 것은 나중에 경제 교과서에 나올 일이다.

그런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투자에 나서는 ‘빚투’ 경고가 쌓이자 고신용자의 신용대출도 제한했다. 급기야 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질 때를 가정해 은행권에 돈을 쌓으라며 ‘배당 제한’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씨티의 배당 성향을 두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씨티은행은 대손준비금을 반영한 독특한(?) 계산법으로 배당 성향 19.6%라고 주장했다. 다른 금융사와 같은 조건으로 계산한 배당 성향은 24.8%. ‘20% 룰’을 맞추기 위한 나름의 묘수다.

규제가 씨티를 한국서 내몰았다는 주장이 언뜻 타당해보이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만’ 철수가 아니다.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철수는 씨티그룹의 글로벌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철수를 발표한 이후 외신들은 씨티의 수익구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1조달러 이상의 경기부양자금을 투입했는데 씨티의 미국 내 예금은 올 1분기 50억달러 증가에 그쳤다. 핵심 지역인 미국 내 지점 수가 경쟁사인 JP모건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해외 지점을 줄이고 국내 지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1분기 수익은 주식거래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수수료가 메웠다.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씨티는 올 1분기 스팩 수수료로 8억7600만달러(약 9800억원)를 챙겼다. 통상 10억달러 미만이던 분기별 주식거래 수익이 14억8000만달러(1조6500억원)로 늘었다. 씨티의 이 같은 주식거래 수익은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프레이저는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13개국은 우리가 경쟁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규모가 아니다”면서 “자본, 비용 등을 고려해 더 높은 수익 기회를 창출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엉뚱한 ‘규제 탓’ 오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와 감시는 위험관리가 업의 핵심인 금융업에선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금융 당국이 ‘규제의 대명사’가 돼선 곤란하다. 뭐든 과하면 모자르니만 못한 법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