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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격리 위반 강화 1년…184명 재판행·52명은 징역형[촉!]
자가격리 통보받고 돌아오다가 커피 구입 등
벌금형 대부분 경미…55명이 벌금 300만원
체포될 때까지 이탈한 현행범, 초범이지만 징역형
“방역수칙 깨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준것”
“음주운전 등도 초범에는 200만~400만원”

김강립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해 4월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 참석하며 ‘자가격리 위반자 안심밴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지난해 5월 6일 미국에서 입국한 A(41)씨는 주거지 관할 보건소로부터 2주간 자가격리하도록 연락받았으나 격리 해제 하루 전 주거지를 이탈했다. 부모의 거주지를 찾은 뒤 호텔에 하룻밤 머문 A씨는 이튿날 미국대사관에 방문하고 인근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박성규 판사는 최근 A씨에게 “자가격리 통지를 받았음에도 이를 위반해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자가격리 조치 위반 행위에 따른 사회적 위험성, 이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자가격리 조치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한 지 1년이 넘었다. 이 기간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184명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확정 판결을 받은 위반자 중 70% 이상이 A씨와 같이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발 집단 감염’ 직업 속인 학원강사 징역 6월

19일 법원 등에 따르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입원 또는 주거지 등 격리지를 이탈한 혐의로 지난 1년여간 선고 확정을 받은 184명(지난 18일 기준) 중 134명(72%)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52명(28%)은 징역형으로 확인됐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가격리 위반자 중에서는 300만원을 받은 경우가 56명(42%)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 200만원 34명(26%), 벌금 400만원 10명(8%) 등의 순이었다. 징역형의 경우 4개월이 29명(57%·집행유예와 선고유예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12명(24%·집행유예 포함)은 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5일부터 개정 감염법이 시행되면서 감염병 의심자가 적당한 장소에 일정한 기간 입원 또는 격리하는 지침을 어길 경우 종전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벌금형 중 대부분 경미한 사례가 많았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10월22일 자가격리 이틀째에 오후 4시께 30분가량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오기 자가격리 장소를 벗어난 B씨에 대해 약식명령으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 격리지로 돌아가던 중 커피를 산 C씨에 대해 부산지법은 지난해 8월 13일 벌금 300만원 선고를 확정했다.

지난 1월 29일 오후 광주 북구청 복지누리동 앞 물품보관창고에서 구청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격리자 대상자들에게 전달할 생필품과 손소독제, 체온계, 마스크 등이 담긴 방역 키트를 옮기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

다중이용시설에 방문하는 등 시민들에게 얼마나 노출됐는지에 따라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한 처벌의 강도가 세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실제로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지난해 8월 25일 자가격리 위반자 2명에 대해 판결한 선고 2건이 확정됐다. 격리 시작 이틀 후 남편이 운전하는 차로 주거지에서 10㎞ 가량 떨어진 저수지에 바람을 쐰 D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자가격리 시작 사흘 후 도보로 한 시간가량 약 2.2㎞ 떨어진 곳으로 신발을 구매하러 간 E씨에게는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도 자가격리지를 이탈하거나 동선 추적을 방해하는 등 감염 위험이 큰 이탈은 징역형이 내려졌다. 지난해 5월 이태원발(發) 무더기 감염으로 인해 양성 판정을 받았던 인천 지역 학원 강사 E씨에게는 항소심에서도 징역 6월 실형이 확정됐다. E씨는 3번에 걸친 역학조사를 받으며 20차례 이상 직업과 동선 등을 속인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E씨에 대해 “아직 20대의 비교적 어린 나이로서 일반인들과는 다소 다른 피고인의 성적 지향 내지 성 정체성이 외부로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이 사건 범행과 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치 못한 채 순간적으로 그릇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에서 음성으로 치료가 된 후 자가격리 기간에 격리지를 이탈한 2건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다만 서울 강서구에서 생계를 위해 자가격리 해제를 4시간을 앞두고 공사현장에 나간 F씨에게는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반면 서울 양천구에서 격리 시작일 사흘 뒤 별다른 이유 없이 주거지 인근 상점에 방문한 G씨에게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범죄 전력이 없어도 곧바로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25일 주거지 관할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이탈해 경기 수원시 등을 돌아다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H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초범임에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엄격히 처벌하려는 의지” vs “인도주의적 접근 필요”

의료 전문 변호사들은 대체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필요한 처벌이었다고 진단했다. 의료인 출신 오지은 법률사무소 선의 변호사는 “기본적인 헌법상 자유권을 억제하고 직접적으로 처벌한 데 대해서는 센 처벌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호흡기를 통한 감염이다 보니 초범이라 해도 미치는 파급력이 큰 점을 고려해 평균적인 방역수칙이나 지침을 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재판부에서)엄격하게 처벌하려는 의지가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른 종류의 처벌과 비교해서도 일반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영환 법무법인 고도 변호사는 “대부분이 벌금형이라 적절한 처벌”이라며 “벌금 액수도 200만~400만원으로 음주운전이나 업무상과실치사 등에서 초범이 받는 수준”이라고 봤다.

다만 이 같은 형사처벌이 과도한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의 서채완 변호사는 “자가격리를 당하는 것 자체도 피해인데 위반자들이 광범위하게 처벌될 가능성을 남기는 기조”라며 “오히려 재난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접근이 필요한데 생계형 이탈자들에게 일률적으로 벌금 몇백만원씩 부과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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