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 장밋빛 전망 세웠지만
구체적 중간목표 발표선 2030년 24%↓
첫 10년 안일하게 보내다 부담 가중 우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2050 탄소중립’ 목표가 세워졌지만,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중간 목표인 2030년 목표가 국제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처음 10년을 안일하게 보내다가 후세에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22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7년 배출량대비 24.4% 감소시키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기준 연간 7억914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360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권고치는 45%다. 권고치의 절반 수준만 줄이겠다는 것이다.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이 청사진이라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안은 구속력을 가지는 구체적 목표다. 장밋빛 전망만 할 수 없고, 실제 정부 정책 실현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24.4%란 수치는 그런 부분에서 결정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를 기준 우리나라 발전비중은 석탄 40.4%, 액화천연가스(LNG) 25.6%, 원자력 25.9%, 신재생에너지 6.5% 순이다. 석탄발전 비중이 아직도 절반 가깝게 차지한다.
문제는 2050년 목표는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더했을 때 순배출량이 0인 상태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7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업들이 느낄 부담을 어떻게 경감시켜줄지 대책도 사실상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중인 기업 684개사 중 응답한 403개사를 대상으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실태와 과제’를 조사한 결과 57.4%는 ‘어렵지만 가야할 길’로 평가했다.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경쟁력 약화 위기’(59.3%), ‘업종 존속 위기’(14.9%)라고 응답한 기업이 74.2%를 차지했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는 “현재의 법, 제도, 정책, 행정체계 전반이 탄소 경제 기반을 유지‧강화하는 체제로 돼 있어 이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출범할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 중립 이행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며 국가기후환경회의 국민정책참여단의 경험을 살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쟁점은 국민참여단을 통한 공론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앞서 “기후변화를 이대로 두면 코로나 팬데믹보다 훨씬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어떻게든 이 위기를 넘어야하는 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의 탄소중립 요구, 유럽연합(EU)·미국의 탄소국경세 도입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며 “업종별·기업별 여건과 상황이 다르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