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징병 청와대 청원 4일만에 18만여명 동의
중3~고2 남학생 대상 소년병 징집으로 대립각
전문가 “소모적인 남녀 갈등 정치권이 부추겨”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젠더 갈등이 군대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여성 징병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은 4일 만에 18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그간 쌓여 왔던 남성에 대한 역차별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 징병 대신 중·고등학교 남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년병 징집’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으로 맞불을 놨다. 일각에서는 소모적인 젠더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원은 22일 낮 12시 현재 18만5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나흘 동안 20만 가까운 동의를 받은 것이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서 높아진 징집률 만큼이나 군복무에 적절치 못한 인원들 마저 억지로 징병 대상이 돼 버리기 때문에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여성 징병제를 촉구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성 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지난 21일 ‘여성 징병 대신 소년병 징집을 검토해 달라’는 맞불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이틀 동안 3800여 명(이날 낮 12시 현재)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현역 입영 자원이 부족하면 여성 대신에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을 징집하라”며 “각종 가부장적 악습과 여성 대상 범죄로 인해 대한민국 여성의 삶은 이미 지옥 그 자체인데, 병역 의무까지 지우려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남성을 잠재적 성폭행 가해자로 규정한 양성평등진흥원, 여경 기동대에게만 근무 혜택을 준 경찰 등 남성 역차별 문제가 지속되면서 쌓여온 남성들의 불만이 여성 징집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여성계에서는 ‘n번방 사건’ 같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성들의 불만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정치권이 나서 남녀 갈등을 부추겼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출간한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에서 남녀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정치권이 나서 불필요한 남녀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생산적인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