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슈퍼리그 창립에 반대하는 첼시 팬들이 21일(한국시간)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 앞에서 시위를 펼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유럽 슈퍼리그(ESL)에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6개 클럽이 모두 탈퇴한다.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은 ESL이 창립 선언 이틀만에 균열 조짐을 보이며 해체 위기에 놓였다.

영국 BBC는 21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 아스널,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등 ESL의 창립 멤버인 EPL의 ‘빅6’가 모두 참가를 포기한다고 보도했다.

맨시티가 가장 먼저 성명을 내고 탈퇴를 선언했고 토트넘고 맨유, 리버풀, 아스널이 탈퇴 절차를 밟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첼시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5개 구단과 뜻을 함께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맨시티는 성명에서 “ESL 발전 계획을 세우는 창단 멤버 그룹에서 철수한다”고 했다. 맨유는 “팬들과 영국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을 주의깊게 들었다”고 했고 대니얼 레비 토트넘 회장은 “ESL 창설로 불안과 분노를 야기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스널 이사진은 “우리가 실수했다. 사과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늘 이 훌륭한 클럽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보호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전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EPL 빅6를 포함해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등 12개 구단은 지난 19일 야심차게 ESL 출범을 선포했다.

12개 구단은 성명을 내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럽 축구 경제의 불안정성이 가속됐다. 팬데믹은 유럽 축구의 이익을 지키고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비전과 지속가능한 상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즉 ESL이 대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꾸준히 창출할 새로운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창립 선언 즉시 유럽 전역 팬들과 기존의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각국 축구 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FIFA와 UEFA는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구단들의 국내외 리그와 국제대회 참가를 금지하고 해당 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국가 대표팀에서도 뛸 수 없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ESL이 축구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고, 잉글랜드축구협회 회장인 윌리엄 왕세손도 “축구 커뮤니티 전체와 경쟁·공정성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연대와 스포츠의 가치를 위협한다”며 “프랑스 구단들이 동참하지 않은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EPL 빅6가 모두 탈퇴하면서 ESL 창립멤버는 절반으로 쪼그라들었고 나머지 6개 구단에 대한 축구계 안팎의 탈퇴 압박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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