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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각장애인 구청 앞 시위…“재가 서비스 사업 유지하라”
코로나19로 인해 경로당 문 닫아…안마 일자리 감소
“재가서비스 제안도 없던일로”…안마사協 시위 나서
서초구, 금주 내로 면담 예정…시위 일단 ‘잠정중단’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청 앞에서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의 재가안마(집에서 노인들에게 안마를 해주는 것) 사업 유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노인들을 상대로 한 안마 사업을 접어, 시각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뺏는 일은 하지 말아 주세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 앞. 대한안마사협회(이하 협회) 소속 시각 장애인 5명이 모여 플래카드를 걸고 ‘재가 서비스(시각장애인이 집을 직접 방문해 노인에게 안마를 제공)’ 사업 유지를 요청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해당 사업을 없애면 먹고 살 수 없다.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협회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는 2017년 4월부터 ‘경로당 안마 사업’을 진행해 왔다. 경로당 안마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경로당에 가서 노인들에게 안마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경로당 일자리 사업은 과거부터 서초구 외에 보건복지부, 서울시, 종로구, 노원구 등에서 진행해왔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되면서 경로당들이 모두 문을 닫았고, 시각 장애인들은 이와 관련된 안마 일자리를 모두 잃었다.

다만 급여는 일정 부분 보전됐다. 지난해 2~3월부터 코로나19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경로당들이 문을 닫았지만, 안마사들은 일을 못하는 동안에도 원래 급여의 70%를 받을 수 있었다. 경로당 안마를 하면 한 달에 약 14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만원가량을 시각장애인들이 휴업수당으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서초구 역시 지난해 8월 협회를 통해 심사를 거친 시각 장애인 안마사 40명을 선정, 이들에게 지난해 12월까지 4개월 동안 70% 수준의 휴업수당을 제공했다.

그러다 서초구는 올해 2월께 경로당이 아예 열지 않으니, 재가 서비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서초구가 조사를 통해 15명의 안마 수요자를 발굴했고, 이들부터라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달 9일 서초구가 협회에 연락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가 되고 경로당을 다시 열지 않는 한 아예 안마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다. 협회 관계자는 “인천 남동구의 경우 경로당이 문을 닫다 보니 재가 서비스를 대신 해 안마사들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상황”이라며 “재가 서비스를 아직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안마사들은 지난 15일부터 서초구청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각장애인 중 이 협회에 가입된 사람은 약 1만3000명이라고 협회는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이들 중 일자리(안마사, 자영업 등)를 확보한 사람은 5000명 미만인 것으로 추산되며, 이중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사업에 참여해 생계를 이어 가고 있는 사람은 약 1000명으로 추정된다.

김도형 협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 간의 오프라인 모임이 끊기면서 안마 사업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할 구청에서 경로당 안마를 못한다면 재가 서비스만이라도 해 시각 장애인들의 생존을 보장해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19일 서초구 측이 이번주 중으로 면담을 하자고 해 협회 소속 안마사들은 이날부터 잠정적으로 시위를 멈췄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해당 면담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협회는 전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연로한 분들을 상대로 한 사업이다 보니, 코로나19 시국에 안마 사업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면담을 통해 협회와 합의점을 찾아나가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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