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 사건을 저지른 미국 금융사범 버나드 메이도프. [연합]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 사건을 저지른 미국 금융사범 버나드 메이도프가 82세로 수감중이던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버트너 연방교도소 병원에서 자연사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이도프는 폰지 사기의 역사를 다시 쓴 최악의 사기꾼으로 꼽힌다.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메이도프는 1970년대 초부터 2008년 12월까지 세계 136개국에서 3만7000여명을 상대로 고수익을 미끼로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그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금융사기를 저질렀다. 피해액은 최대 650억달러(약 72조5000억원)로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배우 케빈 베이컨, 메이저리그 레전드 투수 샌디 쿠팩스,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 뉴욕 메츠 전 구단주 프레드 윌폰 등 유명 인사들도 피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대인 저명인사들의 사기 피해가 많았던 것은 그가 자수성가한 유대계임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22살의 나이로 동생 피터와 함께 월스트리트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버나드 메이도프 투자증권’이라는 회사를 세워 동생, 두 아들과 함께 투자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며 초호화생활을 누렸다.

사기극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금 반환 요구가 빗발치면서다. 그는 투자 원금 총 175억달러를 유치해 총 500억달러의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장부를 위조했으나 실상은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았다. 투자상환이 불가능했던 메이도프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털어놨고, 두 아들 마크와 앤드루는 당국에 자수했다.

2008년 12월 체포된 메이도프는 이듬해 자신의 유죄를 인정했고,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메이도프는 범죄는 극도로 사악하다”며 징역 150년형을 선고했다. 가족을 향한 수사로 번지자 장남인 마크는 201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차남 앤드루는 2년 뒤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