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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율의 현장에서]결국 안철수가 풀어야 한다

거침없이 움직여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80세 노장이 한 사람을 이렇게 싫어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밀당(밀고 당기기)’으로 봤다. 각본 있는 주도권 다툼인 줄 알았다. 흥행하는 영화가 그렇고 드라마가 그렇다. 끝 간 데 없을 듯 싸운 두 사람이 공공의 적을 보고 못 이기는 척 손을 잡는다. 대의를 위해 사적 감정을 내려놓은 데 대해 사람들은 손뼉 치며 환호한다. 명색이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의도의 ‘포레스트 검프’가 아닌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그런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했다. 막바지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손을 잡고 확 들어올린다. 내친김에 포옹까지 한다. 이랬다면 이번 선거 중 최고의 드라마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함께 뛰는 안 대표와 한 공간에 있는 일 자체에 싫은 티를 팍팍 냈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이 선거가 끝난 후 다시 쏘아붙였다. “안철수는 건방지다” “그런 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 감정을 잔뜩 실어 “내가 사람을 잘 알아봤다”라고도 했다.

이 정도면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를 왜 그렇게 누르고 싶어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위원장에게 ‘탐구력’을 인정받았다는 한 전직 의원에게 힌트를 얻었다. 단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말을 바꾸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얘기였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서울시장선거에 절대로 안 나간다”던 그가 돌연 출마선언을 한 일을 거론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 관점에서 안 대표는 변수다. ‘킹메이커’인 그에게 지지층이 겹치는 안 대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입지는 안 대표가 클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직 의원은 “김 전 위원장도 그런 이야기가 돈다는 점을 잘 안다”고 했다. 또 “말버릇처럼 인생을 덤으로 산다는 노인이 그런 정치공학적 요소를 신경 쓰겠는가”라며 “그보다도 안 대표를 정말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억울하다. 대체 내게 왜 이러느냐는 생각도 들 듯하다. 그런데 이제는 그가 김 전 위원장과의 관계를 풀어야 할 상황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본다. 그런 입장에서 정적이 있다면 큰 부담이다. 심지어 그 정적이 ‘선거기술자’로 이름을 날렸다면 더욱 머리 아플 일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위원장이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 정도의 설명은 약하다. 국민의당에서 나온 “김 전 위원장은 범죄자”란 말도 속은 시원할 수 있겠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가 직접 만나서 풀어야 한다. 상대방이 철옹성처럼 버틴다고 해도, 두드리고 또 두드려야 한다. 그가 앞세우는 화합, 그가 강조하는 통합을 실천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아쉬운 이는 안 대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혹시 아는가. 그의 정성으로 이번 선거에선 불발된 드라마가 대선 때는 연출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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