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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르치려 했다” “공감 못했다”…참패 후에야 나타난 초선의원들[정치쫌!]
"열우당 '108번뇌' 떠올려 자중"
지속적 모임·당 지도부에 의견개진 계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의원 긴급간담회에서 4·7 재보선 참패에 따른 쇄신 방안 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윤호 기자]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당선 1년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간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초선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너무 순응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초선모임 간사를 맡은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9일 기자들에게 "과거 열린우리당 초선들이 보였던 모습에는 분열적 요소가 있었던 걸 반면교사 삼아 자중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108명의 초선의원이 '108 번뇌'라 불릴 만큼 앞다퉈 전면에 나서는 바람에 당 노선에 되레 혼선을 초래했던 것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 2030 청년층이 대거 등을 돌리면서 참패를 면치 못하자 비로소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날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문을 발표했으며, 20~30대 청년의원 5명은 별도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초선의원들은 입장문에서 "그간 초선 의원들이 초심을 보이지 못했다. 당헌당규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낸 뒤 귀를 닫았다. 초선 의원들로서 의사결정 과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심없는 사과, 주어 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도 깊이 반성한다"고도 했다. 강선우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고 박원순 전 시장과 관련한 얘기"라면서 "그동안 사과가 두루뭉술했다고 생각한다. 분노의 크기가 왜 이렇게 큰지 고민이나 성찰을 한적이 있었던가, 그것에 대한 반성"이라고설명했다.

이들은 "어느새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이 됐다. 우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과시, 시작하고 계획을 만들면 된다는 안일함, 우리의 과거를 내세워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우리만 정의라고 한 오만함이 민주당의 모습"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담겼다. 또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도외시한채 일방적 순서를 정했다"며 "유권자를 가르치려 했다. 국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재난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데, 우리가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날 오전 초선 모임에서는 "검찰개혁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민생에 소홀했다", "청와대에 더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는 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젊은 초선들이 새로 구성될 당 지도부 선거는 물론 대선에도 도전해야 한다" 등의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의원들은 일회성 입장표명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모임을 갖고 당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내주 원내대표 경선과 다음달 당대표 선출에도 의견을 낸다. 이용우 의원은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읽지 못한다면, 그당의 조직은 그들만의 당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당 지도부도 이런 변화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지도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읽을 수 있는 사람이냐, 이런 걸로 판단하고 강력하게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선출 1년만에야 목소리를 낸 데 대해 그동안 당내 의사소통이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초선의원들의 ‘튀는 행동’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 의원은 "그간 강압적으로 진행된건 아니고, 우리가 한편으로 지켜보기만 하고 큰 의견을 내지 못하고,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단 점에서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초선으로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에 선출된 오영환 의원은 9일 통화에서 “의총에서 ‘검찰·언론개혁 등 당이 추구하는 개혁방침을 더 세게 밀어부쳐야 했다, 170석이 넘는 의석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는 민심과 반대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기득권으로서 비판과 내부성찰이 먼저 돼야 한다. 능력부족도 인정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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