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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청년층의 반란…‘진보에 유리’ 사전투표 법칙 깨졌다
재보선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
그간 진보 우세였지만…野가 승리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발표를 지켜보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역대 재보궐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20.54%)을 보인 4·7 재보선에서 보수정당이 완승을 거둬 주목된다.

사전투표는 그간 진보정당의 효자 노릇을 했다. 사전투표 결과가 진보정당 주자를 살린 사례도 상당수다. 보수정당 쪽에서는 이에 “사전투표는 부정선거”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였다. 그런 ‘사전투표의 법칙’이 깨졌다.

선관위가 밝힌 4·7 재보선 전체 투표율(잠정)은 55.5%다. 서울 투표율은 58.2%, 부산 투표율은 52.7%다.

7일 복수의 선거 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높은 사전투표율을 등에 업고도 완패한 가장 큰 이유로 ‘청년 세대의 보수화’를 거론했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 등 악재 속에서 치렀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도 이어졌다. 공정에 민감한 청년층은 국민의힘에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이크를 줬다. 아예 5t 트럭까지 통째로 내줬다. 선거 정국 당시 다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청년층은 이번 재보선에서는 국민의힘 손을 더 높이 들어줬다.

실제로 이날 오후 8시까지 이뤄진 재보선 투표 마감 이후 공개된 KEP(KBS·MBC·SBS)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에서 오 후보 55.6%, 박 후보 33.6%를 얻었다. 30대에서는 오 후보 56.5%, 박 후보 38.7%를 획득했다. 특히 20대 남성은 오 후보(72.5%)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박 후보 지지율은 22.2%로 가장 낮았다.

그간에는 진보정당이 사전투표 덕을 많이 봤다. 진보정당 쪽으로 표가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도 나왔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발표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크게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안도하고 있다. [연합]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7일 오후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연합]

이번에도, 당시에도 사전투표의 주역은 활동량이 많은 청년층이었다. 직장·학교 근처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동사무소 등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서였다. 그런 청년층은 오랫동안 진보 성향으로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도 이를 알고 사전투표율 높이기에 온 힘을 쏟아왔다.

과거에는 실제로 사전투표의 결과는 진보 일색이었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전국선거 중 최고치(26.69%)를 찍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사전투표 결과가 당락을 바꾼 사례도 다수였다. 본투표함 개표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에게 밀리거나 접전을 벌이던 몇몇 민주당 후보들은 뒤늦게 개표된 사전투표함 결과에 힘입어 역전승을 했다.

대표 사례로 김남국 민주당 의원 등이 꼽힌다. 김 의원은 개표율 70% 초반대까지 박순자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근소히 밀렸다. 개표 막바지에 열린 사전투표함이 흐름을 바꿨다. 사전투표 득표수는 김 의원이 4582표였다. 박 후보(2830표)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김 의원은 접전 끝 다음 날인 오전 5시께 당선이 확실시됐다. 당시 서울 도봉을, 경기 분당을 등도 초박빙이었다. 막판에 열린 사전투표함이 민주당에 승리를 안겼다.

한 전직 의원은 “대선을 근 1년 앞둔 가운데, 이제 사전투표는 어느 진영의 전유물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그간 선거에서 주목받지 못한 청년층이 드디어 자신들의 공간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높은 사전투표율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라며 “여야는 그간 짜본 적 없는 선거 전략을 구상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청년층의 민심과 별개로 조직력은 결국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민주당은 그간 당의 핵심 지지층이 패배의 위기감 속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이 갖고 있는 압도적 조직력도 결국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기존 재보선 사전투표율 최고치는 2014년 10·29 재보선의 19.40%였다. 이번 재보선 사전투표율이 이보다 1.14%포인트 높다. 2018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인 20.14%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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