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LG전자 스마트폰 ‘박스’를 20개나 가지고 있는 A씨(32세). 스마트폰은 2011년 출시된 ‘프라다3.0’부터 LG전자 최초 5G(세대) 스마트폰인 ‘V50띵큐’, 지난해 출시된 중저가폰 ‘LG Q92’까지 섭렵했다. 피처폰은 언제 처음 사용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가전, 생활건강 분야의 제품력과 그룹의 선행 사업을 신뢰해 15년이 넘게 LG폰만 고집했다. 휴대전화를 바꾼 뒤에도 팔거나 버리지 않았다. A씨는 “철수 소식에 드는 감정은 ‘애증’”이라며 “팔지 않고 여유폰이나 음악 감상용으로 보관하려 한다”고 말했다.
LG전자가 26년 만에 휴대전화 사업을 접는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소식에 LG전자 스마트폰을 고집해 온 ‘LG폰 팬’들의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A씨는 “과감하게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것은 잘 한 선택”이라면서도 “10년 동안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에서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피처폰 시절, 미국 CDMA(이동통신교환기) 시장 점유율 1위, 2010년 3분기엔 분기 판매량 기준 전 세계 휴대폰 시장 3위에 올랐던 LG전자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휴대전화 시장이 재편된 이후 적응에 실패했다.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의 양강 체제 강화와, 경쟁사의 보급형 휴대폰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LG롤러블 사진이라도”…좁아지는 ‘국산폰’ 아쉬움도
B씨가 처음 만난 LG폰은 2009년 출시된 ‘아레나폰’이다. 이어 카페폰, 옵티머스G, G2·G5·G6·G7, V30·V50S부터 LG윙까지 총 10개의 LG폰을 사용해왔다.
B씨는 “많은 사람이 기대하던 ‘롤러블폰’이 나오지 못한게 너무 안타깝다”며 “매각이나 철수 결정이 늦어지고 있을 때 ‘마지막 한 번’을 기대했는데 설레발이었나보다”며 씁쓸해 했다. B씨는 다음 폰이 걱정이다. 현재 V30, V50S, LG 윙 3개의 스마트폰을 번갈아 사용할 정도로 LG폰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이다. 삼성은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에 광고가 들어가는 등 지나친 상업화가 불만족스럽다. 애플은 어이없는 AS(애프터 서비스) 정책이 거슬린다.
또 다른 LG 팬 C씨(19)는 LG폰에 얽힌 ‘추억’을 털어놨다. 첫 체험단 경험을 선사해 준 ‘LG Q6+’, 첫 번째 서브폰 ‘G6’ 테라골드 기억이 선명하다. ‘G8 그라데이션’은 실물을 보고 ‘충격’을 먹을 정도로 예뻤다. 이게 아쉽네, 저걸 빼서 슬프네 해도 결국 손이 가는 건 LG폰이었다.
사라지는 국산폰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팬택에 이어 LG전자까지 스마트폰 사업을 접으면서, ‘국산폰’ 브랜드는 삼성전자 갤럭시만이 남았다. C씨는 “팬택에 LG까지 좋아하던 국산폰이 모두 사라졌다”며 “점유율이 뒤처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LG가 선보였던 듀얼 스크린, 쿼드DAC, 롤러블폰 등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없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C씨는 팬택이 사업을 철수한 이후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베가 시크릿노트2, 브루클린 등 미출시 기기까지 구해 보관 중이다. C씨는 “‘LG 롤러블’과 ‘LG 레인보우’는 사진이라도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LG전자는 “휴대폰 사업 종료 이후에도 구매 고객 및 기존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사후 서비스를 지속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