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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 ‘윤스테이’ 나영석표 예능의 가치와 진가가 새삼 돋보인 순간들
'사골'보다 '진국'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2일 종영한 tvN ‘윤스테이’(연출 나영석, 김세희)는 초반만 해도 두가지 점에서 우려가 됐다.

나영석표 예능의 우려먹기라는 측면과, 외국인에게 너무 친절을 베풀어주는 모습이었다. 전자는 식상함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고, 후자는 그런 컨셉트가 과연 어느 정도 먹힐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회가 진행될수록 나영석 예능의 디테일을 살려내면서 좋은 효과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차별화도 이뤄나갔다.

‘윤스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에서 ‘윤식당’ 시즌을 계속 찍을 수 없게 된 상황을 역발상으로 활용한 기획물이었다. 국내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자는 발상이어서 식사제공 뿐 아니라 숙박업까지로 확대됐다.

구례 쌍산제의 한옥과 한국 음식들을 포함해 모두 우리 것들을 외국인에게 제공했다. 식사를 하고 있으면 가야금 연주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요즘은 이런 생활사가 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나는 13년전인 2008년 1월 ‘1박2일’ 취재차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마을의 쌍산제 한옥이 있는 이 곳을 방문해 하루 잠을 잔 적이 있는데, 한옥의 고즈늑함을 느낄 수 있었고, 특히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2008년 구례 쌍산제에서의 1박2일팀
당시 연출팀, 나영석, 이명한, 신효정PD가 보인다.

직원들(출연진)은 여기서 이런 한국음식들을 진심과 정성을 다해 내놓으며 외국인 손님들을 최고로 모셨다. 총 21개팀, 64명의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해 대접했다. 영화 '미나리'로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까지 수상하며 아카데미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윤여정 사장은 임금이 먹었다는 타락죽, 먹고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떡국 등 음식을 영어로 친절하게 열심히 하나하나씩 설명해주었다.

한국에 왔지만 코로나19로 여행을 할 수 없었던 외국인들은 여기서의 1박2일로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했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대접을 받는 인생 경험을 맛봤다.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중 최고였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었다. 며칠 더 있고 싶다” “‘기생충’의 대배우에게 이런 서빙을 받다니, 꿈이야 생시야” “정말 친절해. 우리가 한국에서 길을 몰라서 두리번 거리면 반드시 옆에는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었지.”

그들에게 이런 것들이 사실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들에게 우리 것을 잘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 또한 중요시했다. 자기 것만 최고로 여기는 것은 ‘국뽕’이다.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이 음식 장만에서부터 배여있었다.채식주주자, 그중에서는 비건도 있었고, 돼지고기를 못먹는 이슬람 문화 등에 대한 배려도 있었다.

출연자들도 이를 알고 너무나도 열심히 해주었다. 상대에게 열정을 다하고 친절을 베풀면 받는 사람이 좋아하지만 베푼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강식당’은 시종 웃음기를 띤 채 일을 하지만, 일에 관한한 여기가 한수 위다.

이서진이 이처럼 심각한 걸 본 적이 없다. 최우식은 계속 뛰어다닌다.(쌍산제 대나무숲과 저수지까지 몇번 왔다갔다하면 경사가 있어 바로 지친다.-필자의 경험이다) 정유미와 박서준은 음식을 만드느라 저수지 주변과 휴식터에는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 출연자들은 모두 K배우다. 정성을 다해 열정적으로 일에 임하는 모습이 K배우들의 경쟁력이라고 그들에게 각인됐을 거다.

‘윤스테이’를 사전에 어떻게 기획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이런 상황들이 결코 우연히 나온 건 같지는 않다. 나영석 예능의 디테일이 자연스럽게 쌓여 그런 방향으로 갔을 거라고 본다. 마지막 장면 자막을 보면 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잠시나마 따뜻한 온기로 머물렀기를~"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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