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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개탄스러운 막말 선거, 비판과 모욕도 구분 못하나

아니나 다를까 4·7 재보선이 막말 선거로 치닫는 중이다. 점입가경이다. 같은 편끼리 다투는 단일화 과정에선 볼 수 없던 수준이다. 유세 기간이 짧은 데다 코로나19로 관중 동원이 예전 같지 않으니 온통 독설로 관심을 끌겠다는 일념뿐이다.

막말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속되게 하는 말이다. 입으로 하는 배설이다. 본인은 시원하겠지만 다른 이는 코를 막아야 한다. 심지어 불쾌하다. 잘라서 단정적으로 비유하는 정치의 막말도 혼자만 통쾌할 뿐, 듣는 이에겐 거부감을 준다.

그 대표적 사례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27일 같은 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다. “자기가 개발계획을 승인해놓고 안 했다고 거짓말하는 후보는 쓰레기다. 4월 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당 후보를 최대한 깎아내려 본인은 만족스러울지 모르지만 도를 넘는 표현 수위에 유권자들은 씁쓸함을 느낀다.

병과 환자를 빗대는 표현도 삼가야 한다. 민주당은 오 후보가 2019년 광화문집회 연설 때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 치매환자’라고 표현했다고 비난했다. 오 후보는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냐”고 되받았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표현이었다”고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치매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는 물론, 그를 돌보느라 힘겨운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래야 마땅하다. 아무 잘못 없는 대통령을 힐난했다는 얘기가 아니지 않은가.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우리 부산은 3기 암환자와 같은 신세”라고 표현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물론 “요즘 3기 암환자는 수술 잘하고 치료 잘하면 회복할 수 있다. 제가 부산을 살려낼 그런 유능한 사람”이라며 방점을 치료에 두기는 했다. 하지만 “암과 투병하는 환우들도 모독하는 망언”이라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고통받는 이들을 비유의 대상으로 삼는 건 피해야 할 일이다. 더 알맞은 비유를 찾아야 했다.

막말 선거는 정책 대결을 원하는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그 대가는 선거 결과로 나타난다. 유권자들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이미 보여줬다. 이제라도 어느 후보자든 막말 선거운동 중단 선언을 하길 바란다. 먼저 하면 좋고 비유하지 말아야 할 내부 규정까지 만들면 더욱 좋다. 선거 때마다 들춰보는 귀감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건 이번 보선이 정책 대결로 가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의미가 크다. 착한 선거, 올바른 선거로 당선된 이의 생명이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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