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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규제 만능주의’ 못 벗어난 LH사태 재발방지 대책

국민적 공분을 낳은 LH 사태에 대해 ‘발본색원’ ‘패가망신’ ‘부동산 적폐 청산’을 외쳐온 정부와 여당이 28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확정했다. 재산등록 대상 모든 공직자로 확대, 부동산 업무 공직자의 관련 지역 내 부동산 신규 취득 원칙적 제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제도화, 4대 시장 교란행위의 경우 5배까지 부당이득 환수, 농지 취득 심사 및 특별사법경찰제 도입 등이 망라됐다. 아울러 토지의 양도세 상향조정도 추진키로 했다.

LH 사태는 ‘망국적 부동산 투기’의 트라우마를 건드렸지만 이참에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효과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면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당정청의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의 강도가 역대급(50억원 이상 투기소득 최대 무기징역)이라 해도 그 당위성을 이해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공공주택 특별법, 공직자윤리법 등 ‘LH 투기방지 3법’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이번 대책까지 가세한다면 공직자의 경각심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에너지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대책일수록 도덕적 정당성에 기대어 과잉 규제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대책 가운데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LH 직원들의 땅 투기 부당이익을 몰수하는 소급 입법이 그런 우려를 낳는다. 현행법상 전체 공직자 중 재산 등록 대상자는 약 23만명이다. 부처별로 4급 이상 공무원 혹은 공공기관 임원 등이 재산을 등록한다. 당정청의 결정대로 5급에서 9급까지 전체 공직자로 확대하면 최대 160만명으로 기존 대비 7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여기에 배우자와 자녀까지 포함하면 4인 가족 기준 최대 640만명까지 또 늘어난다. 우리의 행정력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부동산 관련 업무와 관계없는 하위직 공무원까지 재산 등록 대상에 넣는 것은 과도한 규제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부족하다. 투기는 친일반민족행위로 다스려 부당이익을 소급해 환수한다지만 위헌 논란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이게 허용되면 땅 투기뿐만 아니라 중요 범죄의 소급 대상과 적용 시기를 둘러싼, 걷잡을 수 없는 시비가 일 것이다.

무슨 무슨 사고나 사태가 일어나면 역대 정권마다 “일단 불을 끄고 보자”며 규제 만능주의에 의존하곤 했다. 선거를 앞둔 국면이라면 전시성 대책이 더 남발대곤 했다. 이번에도 소급 적용은 어렵다고 하더니 선거 민심이 불리하자 입장을 바꿨다. 투기 차단을 빌미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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