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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원→청원→방송 취소” 버티던 ‘조선구마사’ 굴복시킨…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등장한, 논란의 ‘월병·오리알 등 중국음식 대접’ 장면. [드라마 ‘조선구마사’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역사 왜곡 논란 ‘조선구마사’ 결국 방송 취소…시청자가 만들었다!”

SBS가 결국 ‘조선구마사’를 버렸다. 첫 방송 이후 5일 만이다. 이미 80%가량이 만들어진 상태였지만 ‘역사 왜곡’ 논란에 편성이 취소됐다. 그 뒤에는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온라인 운동’이 자리 잡고 있다. 시청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장면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청와대 국민청원, 제작 지원·광고업체 SNS 등을 통해 공론화했다.

26일 SBS는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했다. SBS는 “방송사·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지만 지상파방송사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BS는 드라마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했으며, 제작사 또한 80%가량 촬영을 마친 상태다.

방심위 민원, 방영 폐지 청원에 ‘SBS’까지 불똥
조선구마사 항의 방법을 정리한 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조선구마사는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를 표방한 사극드라마다.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지난 22일 첫 방송 직후부터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조선 기방인데도 중국음식과 중국식 실내장식품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여기에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훗날 세종대왕이 될 ‘충녕대군’이 자신의 조상을 모욕하는 장면까지 담겼다.

시청자들은 문제의 장면과 함께 각종 민원방법을 공유했다. ▷SBS 시청자게시판 항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방영 중지 청원 ▷제작 지원 및 광고업체 항의 등 다양한 방법을 공유했다. 제작·광고 진행 중인 업체의 ‘목록’까지 작성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23~24일 이틀 동안 40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역사 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 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해당 청원은 26일 오전 11시 기준 19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불똥은 SBS로 튀었다. ‘SBS의 지상파 재허가 취소를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은 9만3000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26일 오전 11시 기준). 청원 게시자는“공적 책임을 저버리고 해당 드라마를 편성·송출하는 SBS의 지상파 재허가 취소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민원·청원을 통한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후 각종 정부기관, 방송사 홈페이지 등을 통한 온라인 민원이 활성화됐다. 앞서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출연 중인 배우 지수가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이자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해당 배우 하차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4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총 20부작 중 18부작이 완성된 상태였지만 KBS는 드라마 주인공을 교체하고 재촬영에 들어갔다. 지수가 출연한 1~6회분도 VOD 송출을 중단하고 다시 제작 중이다.

중국 PPL 논란 부글부글…‘역사 왜곡’에 폭발
중국 브랜드 비빔밥이 간접광고로 등장한 장면. [드라마 ‘빈센조’ 화면 캡처]

조선구마사 논란이 삽시간에 커진 배경으로는 최근 연이어 터진 ‘중국 PPL(Product Placement)’ 논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콘텐츠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국 자본’에 부글부글 끓던 여론이 ‘역사 왜곡’과 겹쳐져 폭발했다. 앞서 ‘여신강림’ ‘빈센조’ 등의 드라마는 중국 제품 PPL로 곤혹을 겪었다. 드라마 안에 중국 제품이 등장하면서 ‘불편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거나 중국OTT 진출을 노린 드라마 제작사들의 ‘끼워넣기’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선구마사 또한 역사 왜곡의 배경에 ‘중국 자본’이 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제작사 YG스튜디오플렉스의 모회사 YG엔터테인먼트 때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텐센트모빌리티와 상하이펑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에 YG스튜디오플렉스와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쳐웍스는 “최근 이슈가 됐던 중국 협찬·제작 지원 사례와 달리, 100% 국내 자본으로 제작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박계옥 작가의 소속사가 중국 콘텐츠 제작사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지난 15일 항저우쟈핑픽처스와 맺은 계약이 재조명받았다. 현재 한국법인 쟈핑코리아는 박 작가와 집필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6일 SBS 상암 사옥 앞에서 진행 중인 트럭 시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국드라마의 글로벌 OTT 진출도 논란을 첨예하게 만들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하게 소비되는 만큼 해외에 한국의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텐센트 소유 동영상 플랫폼 ‘위티비(WeTV)’에 조선구마사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드라마”로 소개되기도 했다. 자칫 조선구마사가 북한 역사를 다룬 드라마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조선구마사 측은 ‘번역 오류’라고 해명한 후 수정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조선구마사의 ‘전량 폐기’를 요구하며 SBS 서울 상암동 사옥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고 있다. SBS가 방영권을 포기했지만 제작사는 여전히 해외 판권을 가지고 있다. 논란이 사그라든 뒤 해외 플랫폼을 통해 수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해외 OTT ‘라쿠텐Viki’는 여전히 조선구마사를 제공 중이다. 10일 뒤 이용 가능하다며 3회도 업로드됐다. IP를 우회하면 국내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국내 OTT에서는 모든 서비스가 중단됐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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