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대서 女비중 20%…“취업 유리한 학과 선호”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 벗어나…“긍정적인 현상”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최근 20여 년 새 여자 공대생과 남자 간호대생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대학 진학에 있어서 전통적인 남녀 학과 성비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찾는 성향과, 특정 직업에 대한 성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간호학과에 입학하는 남학생 수는 최근 20년간 63.2배나 뛰었고 지난해 대학 공학 계열 재적 학생 중 여학생 비중은 20%로 35년 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33명에 그친 간호학과 남자 입학생 수는 지난해 2088명으로 63배로 늘었다. 간호학과 전체 입학생 중 남학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3%에서 19.3%로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간호학과 입학생 중 남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경남의 한국국제대로 45.2%(19명)였다. 이어 ▷한려대(전남) 44.4%(12명) ▷위덕대(경북) 39%(41명) ▷세한대(전남) 38.7%(36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학을 보면 중앙대 간호학과의 남자 입학생 비율이 22.6%(71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려대 17.2%(11명) ▷가톨릭대 15.7%(13명) ▷서울대 15.5%(11명) ▷연세대 15.1%(13명) 등의 순이었다.
간호학과에 입학하는 남학생 비율이 증가하면서 2001년 46명이던 간호사시험 남자 합격자 수는 올해 3504명으로 20년 만에 76.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자 간호사 수 역시 484명에서 2만4546명으로 50배 넘게 늘었다.
여자 공대생도 대폭 늘었다. 여자 공대 재적 학생 수는 5487명(2.7%)에서 2020년 12만1418명(20.0%)으로 학생수는 약 22배 늘었고, 비중도 꾸준히 증가, 7.4배가 됐다.
1995년 이후에는 취업에 유리한 여성 엔지니어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화여대가 1996년 공대를 신설했고, 2015년에는 숙명여대가 공대를 신설해 이전보다 많은 여학생들이 공대에 입학했다.
2000년 12.7%였던 공대 여학생 비중은 ▷2009년 13.5% ▷2012년 14.8% ▷2015년 17.0% ▷2018년 19.1% ▷2020년 20.0%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기준 공학 계열 세부 전공별로 여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학과는 섬유공학으로 37.2%이며, 조경학(36.2%)과 화학공학(36.0%)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여학생 비율이 가장 낮은 학과는 자동차공학으로 4.9%에 그쳤으며 기계공학 역시 8.3%에 그쳤다.
지난달 충북 소재의 한 국립대 신소재학과를 졸업한 김모(23·여) 씨는 “예전에는 워낙 여자 공대생들이 없어 ‘아름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남녀 비율이 6대 4 정도”라며 “새내기 때와 비교해 매년 여자 후배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취업난 속에서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찾는 경향과 함께 특정 직업에 대한 성 역할이라는 고정관념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과 성비 불균형 해소가)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며 “직업, 학과에 따른 전통적인 성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에다 안정적인 취업 길을 찾는 경향이 맞물렸다”고 말했다. 이어 “공대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학과 등 범위가 넓어졌고 간호의 영역도 능동적이고 광범위한 영역까지 확대된 데 따른 영향도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