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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행복지수 추락, 공공에 대한 신뢰 무너진 탓 아닌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삶의 질 하락에 다락같이 오른 집값, 말라가는 일자리를 일상처럼 겪는데 한국인의 행복도가 좋아질 리 만무하다. 국가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국민행복지수’는 50.88로, 역대 최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113.95)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이에는 집값폭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제 서울에서 내 집은 언감생심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KB주택가격)은 지난달 9억6480만원으로, 2009년의 배로 뛰었다. 양질의 일자리 증발도 행복도를 끌어내린 주범 중 하나다. 통계청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 1년 새 20~30대 청년 취업준비생이 7만4000명 증가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달 국내 취업준비자 수가 역대 최다인 85만3000명에 이르렀다.

해마다 3월 20일 ‘세계 행복의날’,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세계행복보고서를 낸다. 여기서도 한국의 행복지수는 내리막길이다. 2013년 41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인데, 이후 47위(2015년)→58위(2016년)로 50위권에서 머물다 2020년 61위, 올해는 62위로 한 계단 더 내려왔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파고에서 한국은 그나마 잘 대응했기 때문에 순위가 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뜻밖의 결과다.

세계행복보고서의 올해 주제는 당연히 코로나19다. 도시 봉쇄를 했든, 자율에 맡겼든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사망률을 낮게 유지한 나라는 경제적 피해가 덜하고 사회지표도 개선됐다.

주목할 점은 그렇다고 행복이 정비례로 증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대만, 아이슬란드 등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나라의 경우 행복지수가 소폭 상승했거나 유지됐다. 한편 평균을 훨씬 웃도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기록한 스웨덴, 벨기에의 경우 행복지수에 별 변화가 없고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은 상승하기까지 했다. ‘다 같이 가난하면 배 아플 일이 없다’더니 코로나19는 해당 사회에 속한 모두에게 똑같이 닥친 위기여서인지 상대적 행복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행복도가 높은 선진국의 공통된 특징은 높은 신뢰다. “힘들 때 의지할 존재가 있다”고 답한 사회일수록 견고한 행복을 유지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자연재해, 금융위기 때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회의 경우 행복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작금의 LH 사태는 공공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참사다. 공공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정글 같은 각자도생의 각박한 현실이 펼쳐진다. 서로 물고 뜯는 사회가 행복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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