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UBS, 미술시장 보고서

불황 속 딜러는 ‘빈익빈 부익부’

밀레니얼 세대 주요 구매층 등장

세계 미술시장도 코로나 앓이...온라인은 2배 폭풍성장 빛났다

코로나19의 여파에 전세계 미술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악조건 속에도 일부 갤러리는 오히려 전년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고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난 가운데 온라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는 16일 ‘미술시장 2021(The Art Market 2021)’보고서를 공개했다. 매년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지난 1년간 세계미술시장의 흐름을 대륙, 유통채널, 세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데,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가 미술시장에 미친 영향을 적나라하게 정리했다. 아트바젤측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가 갤러리에 미친 영향’이라는 특별 시장조사 보고서를 발간하며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시장은 약 501억 달러(한화 약 56조 6380억 원)로 2019년 644억 달러(72조 8042억 원)대비 22% 감소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온라인 판매액은 124억 달러(14조 182억 원)으로 전년 60억달러(6조 7830억원)보다 2배 성장,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도 2019년 9%에서 2020년 25%까지 성장했다. 주요 판매 경로는 딜러 개인 홈페이지, SNS, 아트페어의 온라인뷰잉룸(OVR)등이 꼽혔다.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미국 디렉터는 온라인 매출의 급격한 상승의 이유로 “디지털 혁명의 지속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필수였다”고 분석했다.

세계 미술품 거래 주요 국가는 미국(42%·213억달러), 중국(20%·100억달러), 영국(20%·99억달러)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거래액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각각 전년대비 24%, 12%, 22% 역성장했다.

유통시장 측면에서는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 됐다. 갤러리 매출은 2019년 대비 20% 감소한 293억달러를 기록했다. 영업비용 절감에 성공한 일부 갤러리들은 악조건 시장에서도 수익을 올렸다. 전체 갤러리 중 28%는 2019년보다 수익률이 더 높았고, 18%는 안정적 순이익 수준을 유지했다. 경매 매출은 176억달러로 2019년 대비 30% 감소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아트페어였다. 총 365개 글로벌 아트페어를 분석한 결과 61%가 취소됐고 37%만이 현장진행을 고수했다. 나머지 2%는 하이브리드 형이나 행사를 다른 형태로 대체했다.

코로나19로 미술시장이 더 심각한 불경기에 처할 수 있었음에도 22% 하락에 그친데에는 밀레니얼 콜렉터의 활약이 꼽혔다. 보고서가 10개국에서 2569명의 고액자산가 콜렉터를 심층 분석한 결과, 66%가 코로나19로 오히려 콜렉션에 관심이 커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장 많이 작품을 구매한 세대는 밀레니얼 콜렉터였다. 평균 22만8000달러(2억5700만원)를 미술작품을 사는데 썼고, 이들 중 30%는 100만달러(11억 30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17%만이 100만달러 규모로 작품을 사들였다. 보고서는 이들 고액자산가 콜렉터들이 올해 더 많이 구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콜렉터 68%는 3분기 말부터는 아트페어에 참석하고, 4분기부터는 80%넘는 콜렉터가 페어장을 찾겠다고 해 연말부터는 완연한 회복세를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2020년에 일어난 급격한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판매 강화와 밀레니얼 콜렉터의 큰 손 등극으로 일어난 가격 투명성 및 작가·작품 정보 접근권 강화, 미술시장 진입장벽 약화로 인한 신규 콜렉터 확대는 지속된다는 것이다. 크리스 노바코빅 UBS 유럽 SE 대표 겸 자산 관리 유럽 수석은 “회귀는 없다. UBS 투자실은 2021년을 갱신의 해로 보고 있다. 미래를 위한 신사업 모델을 모색할 때”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시장이 요동칠 것이다. 훌륭한 작품을 다시 전시장에서 만나는 한편 가상세계에서는 배움과 경험의 기회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