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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술한 배달 지도 때문에…” 배달료 ‘독박’ 쓴 사장님 사연
제보자 A씨가 헤럴드경제에 전달한 영수증 사진과 배달의민족 고객센터의 답변. 실제 주소와 다른 주소에 배달된 것처럼 배달 수수료가 산정됐지만, 배달의민족 측은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보상은 어렵다고 안내했다.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실제 주소는 A동이고, 제대로 배달하셨습니다. 하지만 B동에 배달하신 걸로 정산하겠습니다(배달의민족 고객센터).” “이게 무슨 황당한 얘기?(사장님)”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실제 배달이 이뤄진 곳과 다른 주소로 수수료 정산이 이뤄져 피해를 보는 경우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도상 위치를 표시하는 ‘핀’이 실제 주소와 다른 위치에 꼽히는 오류가 발생하는 탓이다. 이같은 허점을 악용해 일부러 핀을 다른 곳에 꼽아 배달료를 아끼는 ‘꼼수 고객’까지 등장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달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주문을 접수했다. 주소는 ㅇ동이었는데, 해당 구역은 식당과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먼 편이어서 고객이 부담해야 할 배달팁을 3000원으로 설정해뒀다. 당연히 A씨는 고객에게 3000원의 배달팁이 더해진 가격이 고객에게 청구됐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영수증에는 고객에게 청구된 배달비가 3000원이 아닌 1000원으로 쓰여 있었다. 통상 식당은 배달업자에게 지급할 배달료를 고객과 함께 나눠 부담하는데, 고객으로부터 받는 배달료가 줄어들면 그만큼 식당이 내야 할 돈은 늘어난다.

배달의민족 고객센터에 해당 문제를 질의하자 상세한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 고객이 배달을 시킨 주소는 행정구역상 ㅇ동이 맞지만, 다른 행정구역과의 경계상에 위치한 탓에 배달의민족 시스템 상에는 주문자의 주소가 ㅅ동으로 찍혔다는 것이다. 위치 파악 시스템의 오류로 생긴 문제이니, A씨는 당연히 수수료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측은 보상 불가 방침을 전했다. 고객에게 “원래는 3000원이 부과되는 주소였는데, 실수로 1000원만 부과했다”고 사정을 설명하고 추가로 과금하든, 그게 어렵다면 배민 측에서 2000원을 배상하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A씨는 고객센터에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사장님 의견에 공감은 가지만,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A씨는 “고객센터와 통화를 나누다 보니, 같은 불만을 제기하는 업주들이 꽤 있었고 모두 보상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며 “돈 2000원이 큰 돈은 아니지만,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일종의 갑질인 듯하다”고 했다.

이처럼 고객의 주소가 앱상 지도 시스템에 잘못 표기돼 피해를 입는 것은 자영업자뿐만 아니다. 거리에 따라 배달 수수료를 받는 배달업자도 이같은 ‘주소 오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가장 오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대단지 아파트나 부지가 넓은 대학교다. 예컨대 고객이 직접 지도상 핀을 움직여 본인이 거주하는 101동으로 설정하더라도, ‘완료’ 버튼을 누르고 화면을 벗어나면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로 핀이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 상세주소란을 통해 몇 동 몇 호인지 직접 기재하지만, 문제는 배달수수료는 글로 표기한 상세 주소가 아니라 지도상에 꼽힌 핀을 기준으로 정산된다는 점이다. 대단지의 경우 본인이 실제 거주하는 곳과 단지 중앙의 거리가 500m 이상 떨어진 경우가 잦은데, 이 경우 원래라면 추가로 받았어야 할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물론 같은 이유로 받지 말았어야 할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경력이 오랜 배달업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주소와 핀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일치하지 않을 시 고객센터에 조정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업무가 됐다. 서울대학교를 예로 들면, 실제 배달을 받을 장소는 캠퍼스 제일 안쪽에 위치한 건물이지만, 배달 수수료는 학교 정중앙 위치로 정산받는 꼼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카페 배달세상]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력이 오랜 배달업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주소와 핀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일치하지 않을 시 고객센터에 조정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업무가 됐다. 실제 배달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이거 할 줄 알면 (배달) 고수’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였는데, 글쓴이는 실제 배달주소와 핀의 위치가 달랐을 때 조정을 요구하면 놓칠 뻔했던 할증 수수료를 제대로 챙겨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조언했다.

이같은 위치 시스템의 허점을 파악하고 악용하는 고객들까지 있다고 배달업자들은 보고 있다. 글로 직접 써야하는 상세 주소는 제대로 기입해 책임 추궁을 피하면서도, 지도 위에 표시하는 핀 주소는 다소 식당과 가깝게 옮겨 내야 할 배달료를 줄이는 꼼수다. 물론 모든 고객들이 이같은 꼼수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로 하나를 두고 행정구역이 구분된다거나 식당과의 직선 거리가 할증 기준인 500m 안팎에 걸쳐있는 주소의 경우 가능하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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