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다큐멘터리 '묻힌 목소리들' 방송

밤이 되면 대피소 남자들 여자 끌고가

피해 사실 알렸다가 살해당할까 무서워

“대피소서 매일밤 성폭행”…동일본대지진 10년만에 드러난 만행
동일본대지진 10주기를 맞은 11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의 해안을 찾은 한 주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뉴스24팀] 일본 열도를 공포에 몰아넣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 10주기를 맞았다. 지금도 피해 복구가 진행중인 가운데 대지진 당시 대피소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10여년 만에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일본 NHK는 동일본대지진 10주기를 맞아 다큐멘터리 ‘묻힌 목소리들(Buried voices)’를 방송했다.

2011년 3월11일 일본 산리쿠 연안 태평양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거대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쓰나미에서 원전폭발로까지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들로 이어졌으며 재난의 상처는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던 후쿠시마, 이와테미야기 등 3개 현에 거주하던 여성들의 성폭행 피해를 다뤘다.

10년 전, 난민이 돼버린 피해 지역 주민들은 대피소로 몰렸다. 칸막이도 없었던 대피소는 거대한 강당에 담요를 깔아둔 것이 전부였고 전쟁같은 대혼란에 대피소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다.

NHK에 따르면 지진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은 “대피소장이 ‘남편이 없어서 큰일이네. 수건이나 음식을 줄 테니 밤에 와’라며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당시 20대였던 한 여성은 “대피소에 있는 남자들이 점점 이상해졌다”며 “밤이 되면 남자가 여자가 누워있는 담요 속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여자를 잡아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 옷을 벗기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주위 사람들은 “‘자신들은 너무 어려서 도와줄 수 없다’며 보고도 못 본 척했다”고 진술했다.

“대피소서 매일밤 성폭행”…동일본대지진 10년만에 드러난 만행
[123RF]

또 다른 여성은 여러 남자에게 학대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 살해당할까 무서웠다”며 “내가 죽어도 쓰나미 탓을 하며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진술한 여성들은 대피소에서 성폭행이 매일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지진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설치된 여성 전용 상담 라인 ‘동행 핫라인’은 지난해 2월 2013~2018년 사이 접수된 36만여 건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분석 결과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3개 현에서 상담의 50% 이상은 성폭력 피해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피해자의 40% 정도가 10대와 20대인 젊은 여성이었다.

엔도 토모코 ‘24시 핫라인’의 사무총장은 “일부 여성들은 불안과 공포로 피해 회상이나 불면증에 시달려 전화 상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1년 재난에서 교훈을 얻은 만큼 전화 상담 등의 지원을 통해 여성과 아이들이 ‘2차 재난’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