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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으로 학생회장 ‘인기투표’...선거는 민주주의 꽃인데... [헤럴드 뷰-코로나에 빼앗긴 학교의 봄 : 위기의 자치활동①]
교내 선거운동·공약설명 못해
당선된 아이도 ‘감투직’ 그쳐
일부 전교회장 선거 안하기도
리더십·공동체 배울 기회 상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정상적인 등교 수업이 어려워지자 학습활동뿐 아니라 초등학생들의 자치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교사와 전문가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치교육 역시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하지만 이와 관련된 규정도 학교마다 제각각인 데다가 코로나19까지 겹쳐 초등학교 자치활동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자치활동의 일환인 초등학교 전교회장 선거 역시 유명무실해졌다. 학부모와 학생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공백’에 지쳐 자치활동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12) 양은 지난해 3월 치러진 전교회장 선거를 두고 “인기투표에 그쳤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매년 후보자들이 교문 앞에서 선거 운동을 벌이고 점심시간에 각 반을 찾아 공약을 설명하지만 그런 풍경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박 양은 “방송으로만 후보자 공약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화면 소리도 작아 제대로 들리지 않고 딴짓을 하는 등 친구들도 무관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차라리 공약만 보고 투표했으면 좋겠다”며 “후보를 익명으로 등록하고 공약만으로 비교하면 인기 투표를 막고 학급 친구들의 관심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도 지난해 학습 공백으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져 올해 초등학교 전교회장선거를 비롯한 자치활동에 무관심했다는 반응이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조모(42) 씨는 “둘째 아이 학교에서 전교회장 선거 투표를 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며 “당선된 아이들도 전교회장이라는 ‘감투직’애서 그쳤지 코로나19 때문에 자치활동을 활발히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온라인 수업을 따라가느라 주위 학부모들도 허덕여서 자치활동이나 교내 생활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초등학교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전교회장 선거를 건너뛰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의 언주초등학교는 지난해 2학기 전교 임원 선출을 하지 않았다.

당시 4~6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교회장 선거 선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2학기 전교 어린이회 선출 비희망’ 응답이 92.5%에 달했다. 정상적인 학생자치활동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같은 이유로 서울 서초구의 양재초등학교 역시 학부모들에게 지난해 9월 매년 뽑던 전교회장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등교 수업이 어려운 관계로 학생들이 대강당에 모여 투표함 앞에 줄을 서서 직접 표를 던지는 전통적인 선거 풍경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구글 설문, 모바일 가정통신문인 e-알리미 등으로 온라인 투표가 이루어졌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학년 별 등교 날짜에 맞춰 각반에서 대면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초등 자치활동 및 전교 임원 선거가 코로나19로 흐지부지 된 것에 대해서는 교육법상 일괄적인 규정이 없는 탓이 크다.

초등 자치활동은 초중등교육법 제17조 및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 18조에 따라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되며,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자치활동은 학칙에 따라 권장 선상에서만 시행된다. 자치활동의 일환인 전교 어린이회 역시 반드시 뽑아야 한다는 규정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헤럴드경제가 서울 마포구, 노원구, 강남구, 서초구 등 7개 구의 초등학교 200곳을 조사한 결과 공개된 교칙에서 ‘전교 어린이회 자치활동’을 명시하지 않은 곳도 15여 곳에 이르렀다.

전교 어린이회 및 전교회장 선거를 없앤 곳도 있지만 이 중 9곳은 전교회장 선거를 진행함에도 교칙이나 생활 규정에 ‘전교 어린이회’와 관련된 조항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치활동을 위한 수업 시수 결정도 학교 자율에 달려있다. 교육과정에서는 자율활동 시수는 학년 별로 정해져 있지만 자율활동 시간 중 자치활동 시수를 정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이다.

서울 금천구의 한 초등교 자치활동 담당 교사 A씨는 “자율활동은 시수가 정해져 있고 이 시수 내에서 자치활동을 몇 시간 할지 정한다”며 “학기 초 학년 별로 교사회의에서 (자치활동 시수를)논의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등 자치활동 역시 학습 활동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는 ‘자치’활동이 강조되는 사회”라며 “초등학생 때부터 학생회를 통해 자치 활동으로 리더십을 기르고 공동체 내에서 의견을 모으는 방법을 배워야 제대로 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경우 초등학생들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고, 외동아이인 경우 학교에 가지 않으면 공동체 생활에 대해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지난해는 코로나19로 학급 행사 등이 줄자 ‘감투뿐인 회장직’에 만족하는 학부모들도 있는 한편, 정말 학생들의 생활에 기여하고 싶은 아이들은 활동을 하지 못해 아쉬워했던 한 해”라고 지적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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