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상사의 카톡 프로필 ‘염탐’에서 해방됐습니다.”
카카오톡의 ‘멀티 프로필’이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화 상대에 따라 프로필을 선택할 수 있어 ‘사생활 보호’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휴가 기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주말 친구와 함께 보낸 시간을 담은 사진 등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 단순히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개성 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상대방의 프로필이 ‘진짜’인지 의심하는 계기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A씨(30)는 여행지 카페에서 찍은 ‘인생샷’을 가족과 친한 친구만 볼 수 있게 설정했다. A씨는 “예전이었다면 어디 갔다 왔냐, 누구랑 다녀왔냐 주변의 질문 세례가 귀찮아 프로필 사진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며 “멀티 프로필이 생긴 이후로 프로필 사진 교체가 잦아졌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지난 1월 말 ‘멀티 프로필’을 도입했다. 카카오톡 지갑 서비스 사용자는 기본 프로필 외에 최대 3개까지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카카오톡 친구 탭→멀티 프로필 영역→ 추가 버튼을 누르면 생성된다. 각각의 프로필을 볼 수 있는 친구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한다. 예컨대, ‘셀카’를 가족과 친구에게만 보여주고 싶다면 멀티 프로필에 해당 사진을 올린 뒤 ‘친구 관리’ 탭에서 원하는 사람을 추가하면 된다.
도입 한 달이 지나면서 멀티 프로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이용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B씨(37)는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 명을 ‘불타는대퇴근’으로 바꿨다. 허벅지 근육이 불탈 정도로 ‘마라톤’을 뛰어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취미를 공유하는 지인과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만 볼 수 있다. 김 씨는 “멀티 프로필로 원하는 사람에게만 제 일상을 공유하고, 저의 ‘재치’까지 뽐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C씨(33)는 ‘가족용’ 프로필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찾아보기 힘든 부모님을 위해서다. C씨는 “부모님이 언제 어디서나 저를 보는 ‘앨범’으로 쓸 수 있게 프로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멀티프로필이 누군가의 ‘의심병’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적지 않은 누리꾼들이 ‘멀티프로필 확인 하는 법’을 묻고 있다. ‘멀티 프로필’을 입력하자마자 ‘멀티프로필 확인’이 자동 검색어로 뜰 정도다. 카카오 스토리, 카카오 프로필 뮤직 등 연계 서비스를 활용해 멀티 프로필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실제 기본 프로필과 멀티 프로필을 비교해보니 기본 프로필에는 ‘카카오 스토리’ 배너가 뜨지만, 멀티 프로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외에도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선호 음악을 노출할 수 있는 ‘뮤직 프로필’, 프로필 사진 여러 개를 공개할 시 노출되는 ‘사진첩’ 여부 등을 통해 멀티 프로필 여부를 추측하는 방법도 공유된다. 단, 이러한 확인 방법은 이용자가 기존에 카카오 스토리 등 서비스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전제돼있어 부정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