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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땅투기 의혹’에 국민들 ‘분노’…“또 다시 깨져버린 공정”
2019년 ‘조국 사태’·2020년 ‘인국공 사태’ 등
현정부 들어 잇달아 공정 관련 문제 도마
“정부, 투명성이라는 시대정신 되새겨야”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LH를 규탄하고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상윤·주소현·강승연 기자] #1. 서울 강동구의 전셋집에 살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윤모(35) 씨는 최근 연이어 들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땅 투기 의혹 관련 소식에 분노를 넘어 기가 찬다고 했다. 윤씨는 “최근 집값이 너무 뛰어 구축 아파트 매매도 어려워졌고, 청약 가점이 낮아 새 아파트는 꿈도 못 꾼다”며 “우리는 전셋값이 또 얼마나 오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이번 뉴스를 보고 화가 나는 걸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2.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A(27·여) 씨는 결혼식을 일주일가량 남겨 둔 상태에서 ‘땅 투기 소식’을 듣고 화가 났다고 했다. A씨는 “의혹 때문에 3기 신도시 청약이나 공급 일정이 밀릴 수 있다“며 “LH 직원들이 토지 투자와 관련해 내부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거라면 증권사나 증권거래소 직원들처럼 거래 못하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도 결국 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라며 “공개되지 않은 정보로 투자한다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는 거 같다”고 강조했다.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공정’이 화두가 됐다. 2019년 ‘조국 사태’, 지난해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추미애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까지 해마다 공정의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보듯, 현 정권은 출범 때부터 공정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권 탄생 이후 잇달아 제기된 공정 관련 이슈에 대해 현 정부나 위정자들이 깔끔하게 인정하고 털어내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딸의 대학 진학 등의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썼다는 의혹이 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문 대통령은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아들의 군복무 과정에서 잇단 특혜와 ‘엄마 찬스’ 논란을 빚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해 서울동부지검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과정에서 국민은 허탈해졌다. 마음속에서 공정은 사전에서만 존재하는 단어가 돼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9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청렴연수원이 만 14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4%가 ‘불공정하다’고 답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국민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자영업자 김찬샘(36) 씨는 “LH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에 대해 분통이 터진다”며 “이게 문재인 정부에서 이야기한 평등한 기회인지 다시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경기 광주시에 사는 직장인 윤모(55·여) 씨도 “중요한 정보를 보안 유지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유출하고 이용했다”며 정보 접근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정에 대한 문제가 긴 시간 동안 이뤄져 온 일이라며 투명성이라는 시대 정신을 다시 한 번 정부가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정에 대한 문제는 최근 몇 년간이 아닌 굉장히 긴 시간 진행된 일”이라며 “부동산 등으로 축적하는 자신의 부의 척도가 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LH 직원 등이)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불공정하게 부를 축적하는데 대한 국민적 공분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기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자기가 빠진 것”이라며 “굉장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가치인 공정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시대 정신은 투명성”이라며 “정보화 사회에서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에 투명성에 가장 위해가 되는 존재는 정보를 독점하는 정부”라고 덧붙였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정부패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문제가 있다면 빠르게 대응하고 국민들에게 용서 구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항상 물타기였다”며 전 정부에서는 어떻게 했나 보자는 식이면 그럼 역사를 다 뒤집어야 하는데, 그런 방식이 아직은 정부와 여당이 오만한 인상 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수장인 남구준 본부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명감을 갖고 경찰 수사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비리를 밝혀 공정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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