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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폭 초1도 예외 아냐”…베테랑 SPO ‘예방→회복’ 더 중요[촉!]
학폭 저연령화…조기교육 더 중요해져
가해자 무조건 피하기보다 경찰 중재통해
가해자 사과 받는 게 트라우마 해결에 도움
확대되는 사이버폭력 피해고백, 회복도 중요
남양주남부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SPO)인 박기영 경위가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위한 청소년 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박기영 경위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최일선 현장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다루는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은 학교폭력의 해결방안으로 경찰의 예방교육과 회복적 경찰활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베테랑 SPO들은 공통적으로 경찰이 직접 제공하는 실효성 있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강조했다. 특히 갈수록 저연령화되는 학교폭력의 특성을 고려하면, 조기에 예방교육을 실시해 학교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6년간 근무한 이완재 경위는 “학교폭력 예방은 가정교육부터 시작돼야 하는데, 가정환경 문제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 문제는 사회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경찰이 직접 피해사례를 알려주고 ‘학폭 미투’처럼 과거 잘못된 행동이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형사 생활을 하다 청소년 학폭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껴 SPO 제도 시행 직후 지원해 SPO가 됐다. 이 경위는 “필요한 경우 처벌을 해야 하겠지만 위기 청소년을 전과자로 낙인 찍기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예방교육을 한다면 학폭은 줄어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8년째 SPO로 활동 중인 경기 안양동안서 이은택 경사도 “교사와 경찰관의 예방교육은 학생들이 경각심을 느끼는 것부터가 다르다”며 “그동안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을 주로 교육했는데, 최근에는 (학교폭력 저연령화로)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에 대학 교육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사는 또한 학교폭력 관련 교내 절차, 피해보상 등으로 부모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동안 오히려 피해가 더 심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학부모 대상의 교육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부모 대상으로 교육을 한 학교에서는 부모가 시시때때로 문자, 카카오톡으로 문의하고 소문을 알려주기도 한다. 상담 내용도 확실히 낫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의 가해 학생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경사는 “가해 학생이 스스로 자기 잘못을 먼저 알리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며 안양동안서에서는 자체 프로그램인 ‘두유(Do you?)’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폭력 발생 후 추가 피해를 막고 피해자가 상처에서 회복하도록 돕는 회복적 경찰활동도 거론된다. 2018년 경찰 직무에 범죄 피해자 보호가 포함되면서 시작된 회복적 경찰활동은 경찰과 중재 전문가가 동석한 자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과 심경을 얘기해 가해자가 듣게 하고, 가해자의 사과와 재발방지, 피해보상 등의 약속을 받는 활동이다.

SPO 9년차인 남양주남부서 박기영 경위는 “피해자가 당장 힘드니까 전학을 가더라도 가해자와 물리적으로 떨어졌을 뿐, 학교폭력을 당한 기억이나 사과를 받지 못한 억울함은 그대로 남아 어른이 되더라도 생각나게 된다”며 “고통스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지만, 그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단추를 끼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욕설, 모욕이나 성희롱을 가하는 사이버 폭력이 늘면서 관련 피해 회복활동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경위는 “요즘 청소년들은 휴대폰과 함께 태어난 세대니까 큰 죄책감 없이 사이버 폭력에 가담한다”며 “디지털 성착취물의 경우에는 소문이 날까봐 두려워서 숨는 경우가 있는데, 신분 노출이 최대한 안 되도록 24시간 영상물 삭제, 국선변호사 선임, 피해자 보호 활동을 하는 만큼 경찰을 믿고 수사에 협조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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