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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10년내 세계 반도체 20% 유럽 생산”
‘2030 디지털 컴퍼스’ 로드맵
비유럽권 높은 의존도 탈피
미중 갈등 충격파 줄이기 목적
삼성 등 ‘유치 인센티브’ 전망도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주권’ 수호에 적극 나선다.

향후 10년 안에 세계 반도체 제품의 20%를 EU 권역 공장에서 생산함으로써 미국과 중국 등 비유럽권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 공장을 EU 안에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시할지도 관심이다.

9일(현지시간)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유럽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비전·방안을 담은 ‘2030 디지털 컴퍼스(2030 Digital Compass)’란 이름의 로드맵을 제안하면서 이런 목표를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변화로 촉발된 반도체 부족으로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 등 주요 제조사의 생산라인이 일시 멈추는 사태가 벌어지자 구체적 대응안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유럽 국가들은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 관련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생산량에 있어선 매우 부족한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EU는 유럽 안에 반도체 제조 수탁을 맡는 파운드리 회사를 세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TSMC나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반도체 선두주자가 만드는 5나노미터(㎚)반도체보다 기술적으로 더 진보한 2㎚ 반도체를 생산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유럽은 한 때 반도체 공장 허브였지만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등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가 TSMC 등 해외 파운드리에 제조를 위탁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반도체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티에리 브르통 내부 시장 담당 EU 집행위원은 “EU 권역 내에 새로운 반도체 제조공장이 건설돼야 한다”며 “이는 EU에 매우 중요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주요 반도체 기업이 유럽 내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하도록 세금을 감면하는 등 지원하는 방안을 로드맵에 포함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에밀리 타일러는 EU 집행위의 움직임이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반도체 생산·공급으로 번지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해석했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산업 내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 초안 7대 중점 과학기술 연구 항목 중 하나로 반도체를 제시하며 대응했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인스티튜트는 “유럽이 미중 기술 전쟁으로 인한 충격파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공급망 내 핵심 주체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U 집행위는 또 이번 계획에서 숙련된 디지털 기술을 지닌 인력 양성과 디지털 사회기반시설 향상, 공공서비스 디지털화 등을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EU 내에서 정보통신기술 전문가 2000만명이 고용돼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때까지 유럽의 첫 양자 컴퓨터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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