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영국 왕실인 버킹엄궁은 9일(현지시간) 해리 왕자 부부가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최근 폭로성 인터뷰를 한 데 대해 “가족 내에서 처리될 것이며, 앞으로도 부부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보낼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해리 왕자의 부인인 메건 마클은 지난 7일 전파를 탄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왕실이 자신의 아들인 아치의 ‘피부색’을 운운하면서 왕족으로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았다고 폭로했다. 메건은 흑인 혼혈 출신이다.

버킹엄궁은 성명에서 “(인터뷰 도중) 제기된 문제들 중에 특히 인종 차별과 관련된 것이 매우 염려스럽다”며 “일부 기억은 다를 수 있지만 이 사안은 매우 심각하게 다뤄질 것이고, 가족 내부에서 사적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버킹엄궁은 이어 인터뷰를 통해 지난 몇 년간 해리 왕자 부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았고, 온 가족이 슬픔에 잠겼다면서 “가족들은 해리와 매건, 아치를 늘 사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외신은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 후 왕실 고위 구성원과 궁 보좌관들은 이틀 동안 어떻게 논란에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심지어 왕실은 방송을 통해 부부의 인터뷰가 나가기 직전까지도 인터뷰에 대한 일말의 내용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킹엄궁의 성명은 해리 왕자 부부의 폭로가 일부 진실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이들의 왕실 생활에 대한 논란이 더 이상 확전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가디언은 “여왕이 기억과 다르다고 지목한 문제가 인종 차별과 관련된 것인지 아닌지는 불확실하다”면서 “하지만 여왕이 부부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강조한 것은 분명하다”고 풀이했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해 초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 구성원에서 벗어나 캐나다에서 새 삶을 시작할 당시에도 “우리 가족과 나는 젊은 가족으로서 새로운 삶을 만들고 싶다는 해리와 메건의 열망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해리 왕자 부부에 대한 도를 넘은 비판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영국의 유명 방송인 피어스 모리슨은 결국 간판 프로그램인 ITV의 굿모닝 브리튼에서 하차했다. 그는 지난 8일 아침 방송에서 “미안하지만 마클의 말을 한마디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마클이 일기예보를 읽어준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