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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물두살 청년 호아킨 니만...1개월 아기 치료비 모금활동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골프 선수는 참 좋은 직업이다. 자기가 좋아서, 실력이 좋아서 운동을 했고, 나의 성공과 만족, 또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경기에 나간다. 그런데, 내가 잘치면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좋아한다. 팬들이 나의 성공을 함께 기도해주고, 내가 잘 쳐도 그들에게 뭐 하나 가는 것이 없는데도 내 일처럼 마냥 기뻐해준다.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위로해준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다 보면 성숙한 선수들은 조금씩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뜻과 의미를 가지고 시합에 나가게 된다. 나만을 위해, 오로지 성적만을 위해 플레이하고, 제멋대로 성질을 내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것임을 조금씩 알게 된다. 본인이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줄 수 있음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호아킨 니만(사진)은 이제 겨우 22세의 청년이다. 칠레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PGA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칠레에서 한국의 최경주, 박세리 같은 존재다. 허리를 꺾는 남다른 스윙을 가진 그는 주니어 엘리트 골퍼를 거쳐 2부 투어도 뛰지 않고 바로 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런 그가 지난 10월부터 갑자기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칠레에 있는 사촌동생 아기 라피타가 척추 근육 관련 질환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알게 됐다. 이 병은 치료를 받지 못하면 근육이 약해지고, 호흡 곤란이 생겨 그 기대 수명이 약 2년 정도라고 한다. 가족들은 이 병의 치료를 위한 비용으로 한화 약 21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망하는 가족을 뒤로 하고, 니만은 즉각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대외적으로 기부 모금 페이지를 만들었고, 본인도 10월 열린 RSM 클래식에서 버디 1개마다 한화 약 500만원, 이글 1개당 1000만원을 기부했다.

또한, 그 대회와 마야코바 대회에서 그가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함에 넣었다. 그가 기부한 금액은 약 2억1000만원 정도다. 니만은 모금을 독려하고 상황을 알리고자 마야코바 대회 주에는 모자에 리본을 달고 경기했다. 상황을 듣게 된 투어의 많은 동료 선수들이 함께 리본을 달고 경기함으로써 기부를 도왔다. 그리고, 무려 4개월 만에 그 큰 돈이 모아졌다. 아기 라피타는 첫 치료를 받고 경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니만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돕기 위해 경기하는 것이 더 큰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투어에서, 동료 선수들에게서 많은 도움과 지원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모았을 때 생기는 에너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나 자신만을 위해 경기할 때와는 다른 특별한 경험이었다.

스포츠 선수들은 재능과 노력을 통해 좋은 성적을 내고 부와 명예를 얻는다. 또한, 그들에게는 자기보다 더 큰 의미를 위해 경기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단순히 기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많은 선수들이 자신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을 알고, 그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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